오만과 편견·이성과 감성·디어 제인 오스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보고 싶다는 말 = 한국작가회의 엮음.
"허공을 빌려 잠시 쉬어가는 구름이여/ 길 잃을 걱정 없이/ 영원한 미소로 남아서/ 바람을 앓다가 빗물 되어 내리면/ 그대가 다녀간 줄 알게요/ 부디 잘 지내요."(김성백 '걱정 없는 곳에서' 부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12월 29일)를 앞두고 추모시집이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기획으로 김현, 서효인, 송경동, 이문재 등 40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시집에는 희생자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 슬픔과 공허, 부실 덩어리인 시스템에 대한 분노,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 담겼다.
"멈춰요// 왜 죄 없는 새 떼에게 책임을 돌리나요/ 왜 고단했던 조종사에게 책임을 돌리나요/왜 말단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나요"(송경동 '왜 새 떼들에게 책임을 돌리나요' 부분)
또 각 시에 덧붙여진 '시인의 말'은 미처 시로 담지 못한 위로를 전한다.
표제작을 쓴 권민경은 '시인의 말'에서 "충분히 추모해야 비로소 내일을 살 수 있다"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곧 나를 위한 일임을 믿는다. 삶 속에서 몇 번이나 슬퍼질 미래의 나를 위한 예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그것은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를 위한 일이다. 기도는 조용하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유족의 고통에 연대하려는 문학적 응답이다.
안온북스. 200쪽.

▲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3종(오만과 편견·이성과 감성·디어 제인 오스틴) =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제인 오스틴의 탄생 250주년(12월 16일)을 맞아 그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이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번역을 맡은 김선형의 에세이 '디어 제인 오스틴: 젊은 소설가의 초상'도 함께 출간됐다.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은 젊은 시절 오스틴의 천재성이 가장 유쾌하고 날카롭게 발휘된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 작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번역가는 오스틴이 내세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한국어를 찾는 일, 즉 '문체'와 '톤의' 문제에 집중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작품 속 화자의 말투가 스무살 무렵 오스틴의 편지글 말투와 비슷한 점 등을 들어 작가의 서술이 '글'보다는 '말'에 가깝다고 보고 원작을 경어체-구어체 한국어로 옮겼다. 방대하고 꼼꼼한 주석도 소설 읽기에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번역가 김선형의 '디어 제인 오스틴'은 '제이나이트'(Janeite·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만이 펴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30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뉴스레터 '제인 오스틴의 편지함'을 발행했으며, 뉴스레터를 수정·보완해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소설의 결정적 장면과 이야기에 숨겨진 실제 일화들을 다채롭게 펼쳐 보여줌으로써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간'의 입체적 면모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제인 오스틴의 모든 것이 담긴 백과사전적 에세이라 할만하다.
엘리. 오만과 편견 632쪽. 이성과 감성 584쪽. 디어 제인 오스틴 300쪽.
kih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