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쓰레기 기억상실증·매혹의 괴물들

연합뉴스 2025-12-19 12:00:06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쓰레기 기억상실증 = 임태훈 지음.

책은 우리가 매일 쓰레기를 버리며 수행하는 '망각의 의례'에 주목한다. 시민들은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문 앞에 내놓는다. 소비의 흔적과 처리 책임을 의식에서 지워버리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이 행위가 광역 매립장·소각장·하수처리장으로 이어지는 '망각의 인프라'와 결합해 어떻게 거대한 무지의 회로를 구축하는지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불결하고 불편한 것들을 우리의 시야에서 신속히 격리한다. 그 덕분에 대중은 소비주의적 일상에 안온하게 머문다. 수도권 매립지 사용은 대안 없이 연장되고 연간 1억7천만 톤(t)의 폐기물이 쏟아지지만, 이러한 통계 수치는 피부에 와닿는 현실이 되지 못하고 증발한다.

저자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이 '의도된 무지'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위태로운 평화의 기반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 무지는 정치적 위기의 순간,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역사공간. 392쪽.

▲ 매혹의 괴물들 = 나탈리 로런스 지음. 이다희 옮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고질라, 골룸 등 할리우드에서 '괴물'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다. 괴물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인간의 '불안', '비이성적인 감정' 등이 괴물에 투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괴물을 알면 "우리의 내면세계, 그리고 실재와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숨겨진"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석기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서양사 속 중요한 괴물들을 되짚어 보며 괴물이 어떻게 인류 정신에 틈입해 일상 속 존재로 자리 잡았는지 조명한다.

푸른숲. 388쪽.

▲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 신서희·김유미 지음.

사이버 명예훼손, 딥페이크, 언어폭력, 신체폭력….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양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정교해졌다. 교실 안에서 벌어진 작은 다툼, 실수 혹은 관계의 균열조차 곧장 '학폭'이라는 단어와 '신고'라는 절차로 이어진다.

특히 신고가 빈번하다. 장학사와 변호사인 저자들은 "요즘의 학교는 그야말로 '신고의 일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신고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며 "대화의 끝이 '너 신고할 거야'로 마침표가 찍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법과 제도가 빠르게 학교로 들어온 자리에 교육의 언어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저자들은 이 둘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교육의 언어를 회복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카시오페아. 292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