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대통령 명령이라도 합법인지 따져보겠다." 그레고리 기요 미군 북부사령관은 지난달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장에서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본토 내 공격을 명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법률 검토를 거쳐 합법일 때만 따르겠다는 의미다. 이 발언은 짧았지만 묵직했다.
그의 언급은 미군의 원칙에서 보면 이례적이지 않다. 미 군사법 체계와 판례는 합법적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를 전제로 한다. 다만, 명백한 불법 명령에는 복종 의무가 없고, 따르면 책임질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정립된 국제형사법도 "상관 명령에 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쟁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되풀이해온 'enemy within(내부의 적)'이란 정치적 표현이 군 동원의 명분이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군은 통수권자에게 충성하지만, 충성의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헌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기요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사령관들의 행위와 대비된다. 당시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킨 군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탄약은 실었지만 지급하지 않았고, 출동은 했지만 사용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떤 장성은 과격한 명령을 제지했다고 주장했고, 어떤 장성은 자신의 책임을 축소·회피하는데 급급했다. 한국의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헌적 명령이 내려진 절체절명했던 그날 밤에 이를 거부한 장성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숙고해야 할 대목은 군 통수권자 명령 앞에서 '복종'과 '항명'의 경계다. 미군에선 법무참모(JAG)가 주요 작전계획과 명령 수립 단계에 참여해 국내법·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자문한다. 또 불법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명령에 따른 행위에 관한 형사책임 원칙이 군사법 체계에 담겨있다. 한국군에도 군법무관(법무참모) 제도가 있지만, 지휘관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참모에 가깝다. 작전 명령의 합법성을 독립적으로 심사해 발령을 차단하거나 거부할 권한은 제한적이다. 특히 불법 명령을 거부한 군인을 보호하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법무참모가 민감한 작전 명령에 독립적으로 합법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 위헌적인 명령을 거부한 군인을 무작정 징계할 게 아니라 보호하는 실질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제도와 문화가 바뀌면, 용기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대통령도, 장관도, 장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군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헌법의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