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엔 연결이 필요하다…'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인간 본성의 역습 =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 강주헌 옮김.
기후 위기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뻔히 보이는 미래지만 당장 닥치진 않기에 눈에 보이는 손해를 인간은 참지 않는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최근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건 이뿐만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플라스틱 포장을 벗기고, 불필요한 소비를 반복하며 생태계 파괴를 외면한다.
이성은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여전히 거짓 정보가 나돌고 황당한 음모론과 유사 과학도 퍼진다. 어리석은 선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 인간은 이다지도 잘못된 판단을 계속하는 것일까.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세계가 망가진 이유는 인류 본성과 현대 문명 간의 격차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세 가지 인간 본성을 꼽는다.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다.
이들 본성은 선사시대 소집단 활동을 했던 인류에겐 생존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문명으로 발전한 오늘날 인간 사회에선 분열과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령, 서로를 모방하며 집단 학습을 도모했던 행위, 즉 '순응주의'는 오늘날 모두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집단적 태만을 낳았다. 종교성과 부족주의가 결합한 민족과 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는 내부 유대를 강화했지만, 외부 집단과의 분열과 다툼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와 같은 인간 본성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다 협력적인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재설계를 통해 인간 본성을 "경제 상황을 개혁하고, 지구 자원을 보존하며 협력 능력을 확대하고 갈등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 문명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 본성 안에 있다고 말한다.
위즈덤하우스. 488쪽.

▲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사랑에 빠져 가슴이 콩닥거리고, 친구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잠든 아기의 숨소리를 들을 때, 우리 뇌에서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스탠퍼드대 출신 뇌과학자인 저자는 이를 '화학적 칵테일'이라 부른다. 모성애, 부성애, 우정과 사랑을 포함한 좋은 인간관계는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고립감은 위험하다. 관계의 고립이 생겼을 때, 우리 몸에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신체의 항염 기능이 고장 나 염증이 퍼지고, 뇌혈관 조직이 망가진다.
또한 고립된 상태가 반복되면 뇌는 오작동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무표정을 '거절'로 오해하고, '저 사람은 위험해'라며 신뢰 회로를 차단한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려봤자 별거 없어'라는 잘못된 판단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보상 시스템까지 고장 난다. 학자들은 고립감을 "뇌가 겪는 최악의 형벌"로 꼽기도 한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연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최신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저자는 고립이 생명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밖으로 나가기' '미소 짓기' '눈 마주치기' 등 약해진 사회적 뇌를 다시 깨우는 관계의 기술을 제시한다.
더퀘스트. 376쪽.
buff27@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