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민 1만명, 트랙터 몰고 브뤼셀 도심 봉쇄…부상·체포 속출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올해의 마지막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 도심이 알감자가 휙휙 날아다니고, 물대포가 발사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평소 같으면 정장을 입은 EU 관계자들로 붐볐을 도로와 인도를 이날은 유럽 각지에서 온 농민 시위대와 이들을 막기 위한 경찰들이 차지했다.
가깝게는 벨기에와 프랑스, 멀게는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EU 회원 27개국 전역에서 온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이른 아침부터 브뤼셀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EU의 대대적인 농가 보조금 개편으로 농민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있는 EU 집행부에도 분노를 쏟아냈다.
이날 모인 1만명 농민 대다수는 평화로운 행진을 하며 EU 차원의 농업 분야 지원 강화를 촉구했지만, EU 정상회의가 진행된 브뤼셀 중심가 유럽 지구 지척에서는 분위기가 과열되며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교통이 통제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고 브뤼셀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부 시위자들이 알감자와 날계란, 물병과 폭죽 등을 던지고, 타이어에 불을 붙이면서 매캐한 연기가 도심을 뒤덮었고, 몇몇 농민은 경찰 저지선 돌파를 위해 트랙터를 몰고 접근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에 나서면서 약 10명이 다치고, 2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RTBF 방송은 보도했다.
농민들은 이날 메르코수르와의 FTA를 밀어붙이고 있는 EU 집행부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벨기에 농민 막심 마비에는 AFP에 "메르코수르에 반대하기 위해 왔다"며 남미와의 FTA 통과를 독려하는 EU 집행부를 겨눠 "유럽이 독재로 흐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켠에서는 농민들이 '농업'이라고 적힌 목관을 불태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EU와 메르코수르의 FTA가 체결되면 유럽산 자동차, 기계, 와인 등의 남미 수출이 늘고 남미산 소고기, 설탕, 쌀, 대두 등의 유럽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농민들은 유럽에 비해 환경 규제가 느슨한 남미의 값싼 농축산품이 시장에 대거 풀리며 유럽산 제품들이 경쟁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다.
이에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 농업 부문이 강한 나라들은 메르코수르에 아예 반대하거나, 충분한 보호 조치가 갖춰질 때까지는 승인을 위한 표결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총리는 이날 회의 시작 전에도 "농민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EU가 메르코수르와의 FTA 승인에 앞서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메르코수르와 FTA에 찬성하는 다수의 회원국은 미국의 관세, 중국과의 무역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역 관계 다변화가 필수라며 조속한 표결을 주장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