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미 FTA 연내 서명 불투명…"伊, 한달 시간 요청"

연합뉴스 2025-12-19 02:00:03

브라질 룰라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협의해볼 것"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년 넘는 협의 끝에 협정문 서명 직전까지 온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유럽 측 이견 노출로 연내 최종 타결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0) 브라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현지 취재진을 대상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로부터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 협정 진전을 위한 한 달간의 시간을 요청받았다"면서 "저는 이 제안에 대해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협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이날 회견에서 브라질 정상은, 조르자 멜로니(48) 이탈리아 총리가 '협정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인내해 줄 것을 바랐다고 전했다.

애초 브라질은 20일 파라나주(州)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 서명을 진행하고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이어진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FTA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 측에서는 여전히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농산물 분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현지 농민들의 강한 반발 등에 편승해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의 EU-메르코수르 FTA 관련 표결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의장 주변과 프랑스 농가에서는 트랙터를 동원한 농민들의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EU-메르코수르 FTA 반대 프랑스 농민 트랙터 시위

메르코수르 측에서는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내부 정치적 문제 때문에 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국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비판적 눈길을 보내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시킨 공동시장이다. 베네수엘라가 2012년 추가 가입했지만, 정치·외교적 문제로 현재는 정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최근엔 볼리비아가 추가로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자신을 암살하려 하거나 쿠데타를 계획한 죄 등으로 27년 3개월 형을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 감형을 위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 하원은 지난 10일에, 상원은 전날 해당 법안을 각각 가결 처리한 바 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으로 역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브라질 정상은 "두 나라 지도자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구이며, (트럼프와) 싸울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