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계의 몬드리안' 네덜란드 안무가 한스 판 마넨 별세

연합뉴스 2025-12-19 00:00:25

고전·현대 스타일 융합한 간결·추상적 발레로 명성

한스 판 마넨(1932~2025)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발레계의 몬드리안'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안무가 한스 판 마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상임 안무가가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이날 판 마넨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1932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교외에서 태어난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아방가르드 운동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에 무용수로 경력을 시작했다.

안무가의 길을 걸은 후에는 네덜란드의 두 주요 무용단인 네덜란드 국립발레단과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를 번갈아 가며 상임 안무가로 활동했다.

안무가로서 그는 고전 발레 기법과 현대적인 움직임을 융합해 간결하고 추상적인 스타일의 발레를 선보여 추상미술의 거장 피에트 몬드리안에 비유된다.

간결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용계의 해럴드 핀터'라 불리기도 했으며, 간혹 동성애적 코드를 담고 있어 '무용계의 베르사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생전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게오르게 발란친을 들었다. 20세기 대표 안무가 중 한명인 발란친은 플롯 없이 고전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신고전주의 발레를 확립했다.

판 마넨 역시 발란친의 뒤를 이어 현대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다.

그는 문화예술에 대한 헌신과 업적을 인정받아 유럽 최고 영예의 에라스무스 상, 브누아 드 라 당스 평생 공로상 등을 받았다.

전후 극히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10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수로 일했고, 16살에는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년 후 한 발레단의 리허설을 본 것이 무용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90세가 넘어서도 무용 리허설에 꾸준히 참석하고, 네덜란드 문화계에도 모습을 비추는 등 말년에도 왕성히 활동해왔다.

평생 남긴 작품은 방송매체를 포함해 150편이 넘는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90여개 무용단이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발레단이 그의 작품 '캄머발레', '5 탱고즈'를 국내에 선보였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