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엄 평전' 출간…한국 첫 비구니 율사로 후학 양성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그러면 네가 잘 배워가지고 승중(당시 스님을 부르던 말)이 되어 승중계의 혁명을 일으키는 큰 중이 되면 안 되겠나?"
'중 될 생각 없느냐'는 질문에 '비천해 보이는 여자 중은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한 여자아이에게 성철스님(1912∼1993)은 '혁명을 일으킬 큰 중'이 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열네 살에 출가를 결심한 묘엄스님(1932∼2011)은 실제로 한국 비구니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큰 스님이 됐다.
성철스님의 첫 비구니 제자이자, 한국 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律師·불교 계율에 정통한 승려)인 묘엄스님을 재조명한 '묘엄 평전'(조계종출판사)이 출간됐다.
불교 전문 작가인 박원자가 3년간 집필한 이 책은 묘엄스님의 생애와 구도 여정을 스님의 육성과 지인들의 회고, 사진 자료와 함께 재구성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묘엄스님(속명 이인순)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지낸 청담스님(1902∼1971)의 속가 딸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일제의 만행을 피해 아버지 청담스님이 있던 대승사로 갔고, 성철스님에게 맡겨져 가르침을 받고 출가를 결심한다.
1945년 월혜스님을 은사로, 성철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받고, 이후 1961년 통도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한국 현대불교의 대표적인 학승인 운허스님(1892∼1980)에게 경전을 배우는 등 당대 불교계의 내로라하는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선(禪), 교(敎), 율(律)을 두루 갖춘 수행자가 됐다.
저자는 책에서 "근현대 한국 비구니 가운데 선과 교 한 분야에 일로매진한 인물은 많다"며 "그러나 묘엄처럼 당대 선지식들에게 선·교·율을 두루 배우고 철저히 실행해서 세 가지에 능통한 비구니 선지식은 드물다"고 말했다.
묘엄스님은 여기서 더 나아가 1975년 봉녕사 강원(현재 봉녕사승가대학)을 열고 1999년엔 최초의 비구니 율원인 금강율원을 개원해 비구니 강사와 율사를 양성하며 비구니 승단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묘엄스님이 2011년 입적하자 그가 길러낸 수많은 제자를 비롯한 수천 명의 조문객이 봉녕사를 찾아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평전간행위원장을 맡은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나서 출가한 사람들은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클 것"이라며 "그러한 아쉬움을 은사스님의 숨결과 치열한 일생이 담긴 평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수원 봉녕사에선 묘엄스님의 14주기 추모다례제와 함께 평전 출판 봉정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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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hy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