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국내 재공연…김태형 연출 "인기로 부당이익 얻는 인플루언서 묘사"
보니 역 옥주현 "무모했던 시절 이야기…소울 담긴 재즈·블루스 즐기기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 커플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항상 논란을 부르는 작품이다. 치명적인 로맨스를 상징하는 자유로운 인물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잔인한 연쇄 강도·살인 범죄자를 미화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한국에서 공연된 이 작품이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지난 11년간 다시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련된 패션으로 고급 자동차를 훔쳐 타고 다니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커플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11년 만에 재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연출 김태형은 18일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작품의 의미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내 꿈 이상의 것 혹은 남들이 바라는 꿈을, 내가 꿈꾸는 꿈이라고 착각하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주인공이 허황한 대중의 관심에 도취해 본질을 잃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김 연출은 "사람들의 인기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인플루언서를 만들고 싶었다"며 "대중의 인기에 거의 끌려가듯 점점 범죄를 향해 달려가는 두 주인공과 그들을 계속 추앙하고 칭송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작품 제작 단계에서 실제로 공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니 역을 맡은 옥주현 배우의 SNS에 한 영어권 팬이 '보니와 클라이드는 13명을 죽인 살인자인데 당신의 작품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댓글을 달았다"면서 "공연을 처음 만들 때부터 애초에 그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댓글을 보고 이 공연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듭된 고민에 대한 답은 이들이 범죄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 미국의 상황과 함께 이들이 단죄받는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 연출은 "결국 이들이 단죄당한다는 모습과 함께 1930년대 미국의 시대적인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을 원작 공연보다 조금 더 표현해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 속에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선택했더라도, 그 책임은 온전히 선택한 자가 져야 한다는 교훈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 연출은 "시대가 당신을 악하게 만들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은 자기의 몫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마치 유명한 스타가 된 것처럼 우쭐해하는 두 주인공은 결국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며 씁쓸한 결말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작품의 완성도와 메시지에 출연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니 역을 맡은 옥주현은 "누구에게나 무모한 시절이 있고, 그 무모한 것을 그냥 믿고서 달리던 시절이 존재할 것"이라며 "그런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에게 만감이 교차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작품 안에 있다"고 말했다.
옥주현은 특히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자신을 무대로 이끌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프랭크와 연락을 할 때마다 항상 '언젠가 한국에서 보니 앤 클라이드가 다시 공연되면 네가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며 "작품 속에서 프랭크 와일드혼의 소울이 담긴 재즈와 블루스를 흠뻑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내년 3월 2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y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