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두께 24·16·12㎜ 제각각'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원인 됐나

연합뉴스 2025-12-18 15:00:11

같은 구간 트러스 두께 급격히 줄어…"공사비 절감 기법"

기존 붕괴 원인 언급된 '용접 불량' 가능성은 낮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현장 감식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관련해 뼈대 구조물(트러스)이 서로 다른 철판 두께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두께가 다른 철판이 서로 이어진 곳(이음부)에 힘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붕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광주대표도서관 설계도면 따르면 해당 건축물은 가로로 168m의 기다란 형태로 뼈대를 이루는 철제 트러스가 이어져 있다.

트러스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연결돼 4개 구간(24m 1개, 48m 3개)으로 구성됐다.

붕괴한 곳은 48m 구간 중 하나로, 이 구간의 트러스는 길이 6m짜리 철제 상자 8개가 서로 이어져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때 서로 이어진 각 철제 상자의 두께가 각각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단 트러스(지상층)의 경우 기둥과 직접 연결되는 끝단의 두께는 24㎜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트러스 두께는 12㎜로 급격히 줄었다.

이어 16㎜로 늘었다가 다시 12㎜로 줄어드는 형태다.

즉 '기둥-트러스(24㎜-12㎜-16㎜-12㎜-24㎜)-기둥'의 형태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 동일한 두께(24㎜)의 트러스를 제작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수는 있으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서로 다른 두께로 철판이 연결된 지점은 힘의 작용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공사비를 절감하려다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건축 안전 관련 전문가는 "서로 다른 두께의 철판을 이어붙여 사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동일 두께의 철판으로 만드는 것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왜 이런 형태의 트러스가 사용됐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사고 초기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던 접합부 용접 등 시공 불량은 붕괴가 시작된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 평면도

붕괴 당시의 사진과 영상 등 자료를 살펴본 건축 관련 전문가들은 트러스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는(일그러짐)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베어내듯 잘린 접합부의 모습 때문에 용접 등 시공 불량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는 붕괴 과정에서 뜯어진 형태로 보는게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기된 의혹을 확인할 것"이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사고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