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 '인정빌라'·김규종 외 '노벨문학상의 세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 이상국 지음.
"시가 늘지 않는다// 살다보면 사랑도 늘고 술도 늘고// 이별도 늘어가는데// 나의 시는 늘지 않는다// 인생이 늘지 않는다"('나의 시' 부분)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이상국 시인의 열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인생론을 펼쳐 보인다.
그는 '핑계'라는 시에서 "사람이 살려고/ 너무 애쓰는 일을 재앙"이라고 여기며 "가난하면 사랑하는 자식들이 다툴 일이 없고/ 세상 떠날 때도 소풍 가듯 가벼워서 좋다"고 말한다.
또 '저녁의 위로'란 시에서는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인간이라는 게 죽을힘을 다해 세상에 나와/ 어떤 사람은 평생 고기를 잡고/ 어떤 사람은 벽돌만 쌓다 간다/말을 안 해 그렇지/ 누가 울고 싶어 울겠으며/ 아프고 싶어 아프겠는가//(…) 저녁이다 슬픔들아//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자"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연민과 성찰이 오롯이 담겨있다. 슬픔을 끌어안으며 슬픔을 넘어서는 서정의 힘으로 조용하면서도 끈기 있는 삶의 의지를 북돋는다.
창비. 124쪽.

▲ 인정빌라 = 김봄 지음.
소설가 김봄이 첫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
작품은 서울 사당동의 다세대주택 인정빌라를 중심으로, 그 안에 사는 아홉 가구의 이야기를 연작소설로 풀어낸다.
언제라도 떠날 것처럼 캐리어를 정리하지 않는 애인과 사는 지연의 집, 사랑했던 이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안고 배낭 하나만큼의 짐만 갖고 사는 박하의 텅 빈 집, 딸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는 석희와 병철의 집.
인정빌라에 사는 이들의 저마다 고단한 삶에 따뜻한 시선을 드리우면서도 그들의 삶을 마냥 감싸주지만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인 이기심과 과오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간을 그려낸다.
김봄은 '작가의 말'에서 "인정빌라 각 호에 사는 인물들은 나인 동시에, 나의 가족이고, 이웃이면서, 타자이기도 했다"며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고, 세계의 질서를 관장하는 중심이 해체되고, 모두가 저마다의 색을 발산하며 비슷한 무게 추를 지니고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민음사. 416쪽.

▲ 노벨문학상의 세계 = 김규종·김소임·김욱동 등 지음. 윤재석 엮음.
한강, 토마스 만, 알베르 카뮈,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19인의 삶과 문학을 망라한 책이다.
한강 작가를 다룬 1부를 시작으로 소설·희곡·시라는 세 장르를 따라 총 네 개 부로 구성됐다.
특히 이 책은 노벨문학상을 '문학적 성공을 증명하는 권위'가 아니라 시대를 응축해 담은 문학에 보내는 하나의 '응답'으로 본다.
노벨문학상은 단순히 뛰어난 문장가를 골라내는 상이 아니라, 시대의 고통을 사유하고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를 선택해왔다는 것이다.
또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 뒤에 가려진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작가'에 주목하며 작가의 흠결까지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한길사. 616쪽.
kih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