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 공공시설물 디자인 벗어나 위트와 휴식 가미
소울드랍스 벤치·하늘하늘 쉼터…내년엔 수변에도 적용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무게가 가벼워 여기저기 옮겨가며 설치할 수 있는 편안한 벤치, 하늘하늘한 그늘막 아래서 즐기는 해먹 쉼터….
서울 청계천이나 여의도 한강공원, 뚝섬 한강공원에서 볼 수 있는 '펀 디자인' 시설물과 공간이다.
서울시는 재미있는 공공 디자인을 개발해 활력과 재미가 공존하는 '디자인 도시'를 구현하는 펀 디자인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도심 속 평범한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매력적인 목적지'로 재창조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존의 벤치나 그늘막 공공 디자인이 관리의 효율성만을 강조해 엄숙하고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 펀 디자인은 '위트'와 '유연함'을 무기로 삼는다.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앉거나 쉬게 만들고,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면서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 앉는 것이 즐거움으로…예술 작품이 된 벤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는 벤치에서 시작됐다. 과거 공원의 벤치가 그저 잠시 엉덩이를 붙이는 딱딱한 의자에 불과했다면, 하나의 조형물로서의 벤치가 새로 생겨났다.
2022년 첫선을 보인 '소울드랍스(Soul Drops)'는 벤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방울 모양을 형상화한 이 벤치는 스툴, 등받이, 선베드, 라운지 소파 등 5가지 타입의 모듈로 구성돼 시민들이 자신의 휴식 스타일에 맞춰 골라 앉을 수 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됐는데,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며 '포토 스팟'이 되기도 했다.
2023년 개발된 '폼앤폼(Form & Foam)'은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잡은 벤치다. 가벼운 발포 폴리프로필렌(EPP) 소재를 활용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이동이 편리해 청계천 '책 읽는 냇가'나 각종 축제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락한 독서 의자로 사랑받았다.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성과가 나왔다.
소울드랍스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3'과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고, 폼앤폼 역시 '2024 홍콩 DFA 디자인 어워드' 금상과 'iF 디자인 어워드 2025' 본상을 탔다.

◇ 공간, 쉼이 되다…축제와 하나 되는 '이동형 휴게공간'
펀 디자인은 공간의 영역에도 적용됐다. 고정된 장소에 설치되는 시설물이 아니라, 시민이 모이는 축제나 행사장 어디든 찾아가 그곳을 특별한 휴식처로 만드는 '모듈형 휴게공간' 방식이다.
시가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선보인 '하늘하늘'이 대표적이다. 이름처럼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물망과 해먹을 결합한 이 시설물은 공원 어디서든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낮에는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이 되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 야간 경관을 만든다. 박람회 이후엔 보라매공원으로 옮겨져 영구 설치됐다.
지난 10월 서울광장에 등장한 '한들한들'도 있다. 연잎과 꽃봉오리를 형상화한 디자인에 회전 놀이(뺑뺑이) 요소를 더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그물망에 누워 회전하며 하늘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설치와 해체가 쉬워 향후 서울 대표 축제장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주요 명소와 축제 현장에서 쓰일 예정이다.

시는 내년에 '수변 감성 공간 펀 디자인 가이드'를 개발해 물가에서 즐기는 휴식을 더 감각적이고 편리하게 바꿀 계획이다.
단순히 시설물을 놓는 것을 넘어 수변의 지형과 경관을 고려한 통합적인 디자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18일 "펀 디자인은 시민의 일상에 즐거움과 여유를 주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서울시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며 "시민들이 서울을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펀 디자인을 지속해 개발하고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js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