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와의 FTA 머뭇' EU에 브라질 룰라 "당장 확정하라"

연합뉴스 2025-12-18 08:00:04

"안 그러면 내 임기 중 협정문 서명 안 해" 유럽 측에 재촉

17일(현지시간) 각료 회의 사진 촬영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표결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을 향해 "지금 당장 협정 체결을 결정해야 한다"고 17일(현지시간)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각료 회의 모두 발언에서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 협의는 무려 26년간 준비됐다"며 "계획대로 올해 서명되지 않으면 내 임기 중 내가 협정문에 서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브라질 언론 G1과 AF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 이번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브라질은 오는 20일 이구아수 폭포로 유명한 파라나주(州)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EU와 FTA 서명을 진행하고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 이어진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FTA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의 EU-메르코수르 표결 일정을 나중으로 미룰 것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프랑스 등은 유럽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와 수입 통제 강화, 중남미 상품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내부 정치적 문제로 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현재 이 협정 내용을 보면 남미보다 유럽이 더 유리한 부분이 많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 정상은 또 메르코수르 국가들이 "다자주의를 약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점에 필요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도 피력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시킨 공동시장이다. 베네수엘라가 2012년 추가 가입했지만, 정치·외교적 문제로 현재는 정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