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조선왕릉은 2009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 40기가 목록에 올랐다. 조선왕릉은 단종의 무덤인 영월 장릉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곳에선 매년 제향 의식이 열리는 등 역사적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왕릉을 찾아 무덤의 주인인 왕과 왕비, 왕실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당대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에 나왔던 역사 속 주인공의 삶을 그가 묻힌 능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과거 백성들의 삶을 짐작해 보거나 현시대를 돌아보기도 한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건축물을 조망하다 보면 자연과 역사, 예술이 결합한 흔치 않은 공간임을 느끼게 된다.
올해 취재로 다녀온 몇몇 조선왕릉 중에서 고양 서삼릉을 최근 다시 찾아갔다.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역사가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한적한 길을 가다가 마주친 이곳은 주변 환경이나 편의시설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는 문화유산이기도 했다. 현장에선 차량을 갖고 오면 근처 빈 곳이나 갓길에 주차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서삼릉의 역사는 복잡하다. 이곳은 왕릉 외에 태실과 분묘군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 따르면 전국에 있던 조선 국왕과 왕실 가족의 태항아리가 일제강점기인 1928년~1929년 서삼릉 경내에 모아졌다. 1996년 태실군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태항아리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비석 54기가 남아있다. 왕자·왕녀묘, 후궁묘도 인근에 있다. 일제 강점기, 광복 후 도시화 개발로 1960~1970년대에 옮겨졌다고 한다.

서삼릉을 찾아가는 인근 길목에는 젖소개량사업소, 마사회 원당목장 표지판 등이 함께 나온다. 서삼릉에 인접한 기관 및 시설이 있다 보니 방향이 같다. 서삼릉 중 인종과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은 유관기관과 오랜 논의 등을 거쳐 2023년 조선왕릉 중 마지막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6월 방문했을 때 방역 부스를 지나 관람한 적이 있다. 효릉과 태실권역은 그러나 당일 관람이 불가능하고 방문 며칠 전 온라인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입구는 서삼릉 매표소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이달 서삼릉에 갔을 때 인근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청소년 관람객에게 효릉과 태실권역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봤다"고 말했다.

서삼릉은 서쪽에 있는 3기의 능을 뜻한다. 이곳에는 효릉 외에도 중종의 두 번째 왕비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 철종과 철인왕후의 능인 예릉 등이 있다. 서삼릉 매표소 쪽으로 가면 희릉과 예릉은 당일에 볼 수 있다.
서삼릉에 대해선 근대화 시기를 지나면서 능역이 분절됐다는 지적이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문화유산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은 관람객 편의시설 확충,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인 주변 환경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도 접근성 향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직접 찾아가 보면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상존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여러 의미에서 역사의 현장 중 한 곳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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