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선수는 팀을 옮긴 뒤 기량을 만개하며 엄청난 공격력을 뽐냈다.
꽃이 활짝 다 피다, 이것이 '만개하다'의 뜻이다. 꽃이 활짝 다 피듯 기량이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의미이겠다. 그러니까 '기량'은 서술어 '만개하다'를 주어로 맞이해야 했다. 저 문장을 바로잡는다. <그 선수는 팀을 옮긴 뒤 기량이 만개하며 엄청난 공격력을 뽐냈다.> 엄청난 공격력을 뽐낸 것을 기량이 만개한 결과로 보이게 하려면 이렇게도 쓸 수 있다. <그 선수는 팀을 옮긴 뒤 기량이 만개하여 엄청난 공격력을 뽐냈다.>
자, 타동사의 구별 감각은 국어에서 중요하다. 주어로 족할 뿐 목적어가 필요 없다면 자동사이고 목적어가 필요하다면 타동사다. 이 '쉬운' 말이 과연 그리 쉬울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끓는 건 그것을 구별 못 한 비문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있다. 담배와 어울리는 '피우다'를 보자. 흔히 담배(를) 피냐 묻고 핀다, 안 핀다 답하지만 이는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다. 담배를 목적어로 챙기려면 사동접사 '우'를 붙인 '피우다'를 써야 한다. 이히리기리우구추(사동접사, 피다 → 피'우'다)가 든 사동사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라고 새기면 도움이 된다. 나는 주체이고 담배는 내가 불을 붙이고 입에 무는 객체다. <꽃이 피다>에서는 피는 행위의 주체가 꽃일 뿐 객체는 이야기될 이유가 없다.

사동사와 달리 피동사(이히리기 접사)는 목적어가 필요 없다.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 도둑이 잡혔다 / 신제품이 잘 팔린다 / 전화 연결이 끊겼다 하는 문장에서처럼. 서술어가 뜻하는 행위를 주어가 받고 당하고 입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덜미가 잡히지만, 누군가는 덜미를 잡힐 수 있다. 잡음 당하는 근본 주체는 '누군가'로 같은데, 서술어 [잡'히'다]의 직접 대상인 '덜미'는 주어로도 맞을 수 있고 목적어로도 맞을 수 있는 그런 경우다. <전쟁이 종식했다, 전쟁을 종식했다>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둘 다 말이 되지만 사람들은 각각 전쟁이 종식됐다, 전쟁을 종식시켰다 하기도 한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땐 전쟁이 끝났다, 전쟁을 끝냈다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움직이다, 그치다, 멈추다, 울리다, 휘날리다 등도 자, 타동사로 다 쓰인다. 예컨대 도로에서 차가 움직이고 나는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pp. 325-326. 움직인다 등 자, 타동사 다 되는 동사 예 인용
2.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목적어를 가진 피동 표현에 대하여 -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8296&pageIndex=1
3. 표준국어대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