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앞두고 핵심 쟁점서 '마이웨이'…EU 예산 혜택 노림수 해석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남미 자유무역협정(FTA),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 등 유럽연합(EU)의 핵심 쟁점에서 다수에 빗겨선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며 합의 과정에서 난항을 예고했다.
17일(현지시간) AP·안사 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안과 관련해 "절대 간단치 않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그는 "보복이나 국가 예산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과 관련한 명확한 설명을 (EU에)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를 계속 압박하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향후 2년간 900억 유로(약 156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배상금 대출 형식으로 활용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천850억 유로(약 321조원)는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이탈리아는 벨기에와 함께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멜로니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번 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존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총리는 EU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 간 FTA에 대해서도 보류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농업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라며 "며칠 내 협정에 서명하는 것은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협정을 반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우리 농업 부문에 대한 충분한 상호 보장 안이 포함될 때 협정을 승인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가 되면 이런 모든 조건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 EU 정상회의를 코 앞에 두고 멜로니 총리가 EU의 핵심 쟁점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합의는 안개 속에 갇힌 형국이다.
EU 내부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같은 입장을 따를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그가 '마이웨이' 노선을 고집하면서 합의 불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멜로니 총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는 분명히 전달되고 있다"라며 "그것은 바로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것, 유럽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핵심 사안에 반대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EU가 2개의 복잡한 이슈에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의 마이웨이 행보가 농업 지원 등 EU 공동 예산에서 추가 혜택을 따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FT는 "이탈리아의 수수께끼 같은 지도자가 이번 주 EU의 두 가지 중대한 사안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멜로니 총리가 EU 회원국들과 같은 입장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가 자칫 유럽 속에서 고립되는 경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나탈리 토치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결정 지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윙크일 수 있지만 멜로니 총리는 결국 유럽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러시아 자산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유럽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