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매각 대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해 쓰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러시아 재벌인 전 구단주에게 경고했다.
로이터·AFP 통신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재무부를 통해 낸 성명에서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축구단 매각 때 했던 약속을 지켜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주의 대의에 25억 파운드(약 4조9천억원)를 양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는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불법 전쟁으로 삶이 찢긴 이들에게 한 푼도 빠짐없이 전달되도록 법정을 통해 이를 집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푸틴 대통령과 연계됐다는 의혹으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오르자 2022년 5월 첼시를 매각했다. 영국 정부는 매각을 승인할 때부터 매각 대금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주의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매각 대금 42억5천만 파운드 중 25억 파운드는 아브라모비치 소유로 동결된 영국 은행 계좌에 묶여 있다. 자금 이동에는 영국 재무부 산하 금융제재이행국(OFSI)의 허가가 필요하다.
아브라모비치도 매각 당시 전쟁 피해자를 위해 이 돈을 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인을 포함한 모든 전쟁 피해자에게 돈이 쓰여야 한다고 주장해 영국 정부와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이 동결 자금의 이동을 허가했다면서 이제 아브라모비치에게 이 대금을 기부할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빚진 25억파운드가 영국 은행 계좌에 묶여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브라모비치가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오는 18일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러시아는 이런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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