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태양이 뜬다…이태양 "노경은·김진성 선배처럼 될 것"

연합뉴스 2025-12-18 00:00:38

KIA 합류 앞두고 대전서 맹훈련…"어느 때보다 몸 상태 좋아"

"팬 댓글 보고 찡했다…사랑했던 한화는 마음속에 접어둘 것"

역투하는 이태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오른손 투수 이태양(35)은 지난 달 19일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은 뒤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한화 옛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팬들에게 작별 인사했다.

진솔함이 물씬 풍긴 글엔 2천개 가까운 격려 댓글이 달렸고, 이태양은 이를 하나하나 읽으며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태양은 특히 한 팬이 남긴 댓글에 울컥했다.

'별과 우주와 달은 있는데 태양이 떠나네요'라는 글이었다.

한화 주장 채은성, 영건 정우주, 우완 강속구 투수 문동주, 그리고 이태양을 빗대 적은 내용이었다.

이태양은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팬 댓글을 보고 찡했다"며 "그동안 많은 한화 팬에게 깊은 사랑을 받았고, 나 역시 한화와 팬들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지만, 이런 감정은 마음속에 접어둘 것"이라며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도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2010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이태양은 한화의 암흑기 동안 투수진을 이끈 간판선수였다.

그는 2020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했으나 2년 만인 2022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당당히 한화에 복귀했다.

당시 이태양은 계약기간 4년 총액 25억원에 사인했다.

한 지방 구단은 이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이태양은 한화행을 택했다.

이태양이 얼마나 한화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세계는 냉정한 법. 이태양은 2025시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으나 1군에선 14경기에 불펜으로 등판하는 데 그쳤다.

이태양은 "2025시즌 한화의 마운드 전력이 매우 좋았기에 이해한다"며 "다만 2026시즌에도 비슷한 환경이 이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FA 계약 마지막 해라서, 1군에서 던지지 못하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은 1년은 내가 필요한 곳에서 부딪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태양은 가족, 동료, 은사들에게 연락해 고민을 털어놨고, 손혁 한화 단장을 만나 2차 드래프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KIA가 이태양을 선택했다.

이태양은 일찌감치 2026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요즘 FA 좌완 투수 김범수와 대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태양은 "내년 1월엔 타팀 선수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훈련하기로 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KIA에서 꼭 최고의 투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올해 KBO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SSG 랜더스 노경은, LG 트윈스 김진성 선배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두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