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관람료, 20년간 제자리…관람객 "평균 9천730원 지불 의사"

연합뉴스 2025-12-18 00:00:27

국가유산청, 지난달 공청회…비 관람객도 "8천∼9천원대 지불 가능"

향후 인상 여부·방식 주목…李 대통령, 현실화 필요성 '공감'

추석 연휴 경복궁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복궁, 창덕궁 등 주요 궁궐을 둘러보는 관람료로 1만원 가까이 낼 수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5년 이후 제자리인 궁궐과 조선왕릉 관람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람료 현실화 여부와 방식이 주목된다.

17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가 발간한 '궁·능 서비스 관람료 현실화 방안 정책 연구'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4대 궁궐과 조선왕릉, 종묘를 다녀간 방문객은 궁궐과 종묘 관람료로 평균 9천730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21일 관람객 2천3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연구소는 궁능유적본부의 의뢰로 궁·능 관람료 현실화 방안과 각국 현황 등을 분석해 지난달 27일 열린 공청회에서 내용을 공개했다.

궁·능 관람료 현실화 방안은

조사 결과 관람객 대부분은 고궁이나 왕릉에서 1∼2시간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동기는 '문화유산 관람'(1천123명) 목적이 가장 많았고 '산책'(585명), '문화적 가치'(319명), '문화유산 체험'(221명) 등이 뒤를 이었다.

관람료로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 묻는 질의에는 고궁·종묘는 평균 9천730원, 능·원 즉, 조선왕릉은 평균 8천458원을 낼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이내에 고궁과 왕릉을 방문하지 않은 경우도 큰 차이가 없었다.

비 관람객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불할 수 있는 고궁·종묘 관람료는 평균 9천211원, 능·원 관람료는 8천548원으로 나타났다.

궁·능 관람료 지불 의사 얼마나

관람객과 비 관람객을 모두 고려하면 고궁·종묘 관람에는 평균 9천665원, 능·원 관람에는 평균 8천468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현재 경복궁 관람료(성인 1명당 3천원)와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지불 의사와 실제 지불 여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구를 맡은 김재규 CST 책임연구위원은 "고궁과 능·원의 차이 등이 왜 나타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관람료) 할인 제도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답변이 과반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한복 착용이나 고령자 무료입장에 대한 지지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궁·능 관람료' 지불의사 조사 결과

궁·능 관람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약 1천696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은 2023년 약 201만명에서 2024년 약 317만명, 올해 404만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총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 모두 역대 최다 수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국가유산청 업무보고에서 궁·능 관람료에 대해 "설득 과정을 거쳐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온 국민이 세금을 내서 관리비를 대신 내주고, 방문하는 소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최소한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은 부담해야 형평에 맞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그간의 자료, 공청회 내용 등을 토대로 국민들과 함께 논의해 (인상 여부 등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주요업무계획 브리핑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