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련소 투자 놓고 '고려아연vs영풍·MBK' 갈등 격화

연합뉴스 2025-12-18 00:00:14

영풍, 금감원에 "정정공시 필요" 민원…"워런트 등 손해보는 구조"

고려아연 "충분한 법률자문 거쳐 투자 진행…통상적 수준 거래"

고려아연 CI·영풍 CI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임수정 기자 =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미국 테네시 제련소 건설 계획을 두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 결정이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 만들기 차원에서 이뤄져 회사에 손해를 구는 구조로 짜였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투자 결정을 폄훼하고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7일 금융감독원과 제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전날 금감원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관련 공시가 미흡하다며 정정 공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접수돼 고려아연의 공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은 민원에서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맺은 대출 계약에서 테네시 제련소 운영법인이 전쟁부를 상대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발행하고, 주장 1센트(14원)에 최대 14.5%의 사업회사 지분을 매입하도록 구조를 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테네시 제련소의 기업 가치가 15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르면 추가로 지분 20%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최대 34.5%의 지분이 미국 측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련소 사업회사는 합작법인에 각종 인허가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매년 최대 1억달러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했다.

이에 영풍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구조여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관계자는 "금감원 민원 접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고려아연이 최 회장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여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 출자·지원금 수준과 비교하면 워런트 규모는 합리적인 수준이며 이는 미국 정부가 다른 핵심광물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할 때도 요청하는 조건"이라며 "비슷한 거래에서 통상적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MP머티리얼스의 경우도 미국 전쟁부에서 4억달러를 투자받으면서 최대 15%의 지분을 넘겨주는 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추가 지분 20% 취득권'과 관련해서는 "기업가치가 22조원일 때 정상 가격으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약정으로, 투자금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이 경우 회사에 4조4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수익 실현이 빨라지면서 지배력이 유지돼 유리한 구조"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충분한 법률 자문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세부 거래조건 중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라 필요 시점에 추가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