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학자 구치소 조사…의원 후원명단 확보·금고지기 소환(종합)

연합뉴스 2025-12-17 20:00:09

'통일교 로비 의혹' 첫 조사…경찰 "진행하려 했던 부분은 모두 이뤄져"

3시간 접견 조사서 '수수 모르고 정치개입 없어' 부인…자금 추적 병행

'정교유착' 한학자 통일교 총재, 구속심사 종료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이의진 최원정 기자 = 경찰이 17일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접견 조사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구치소를 찾아 구속 상태로 수용 생활 중인 한 총재를 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총재 측에서 건강상 이유로 장시간 조사가 힘들다고 해 예상보다 일찍 종료됐으나 오늘 진행하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모두 이뤄졌다"고 밝혔다.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 총재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2018∼2020년 무렵 통일교 측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수천만원의 현금 및 명품 시계 등을 전달한 정황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한 총재 개인금고에 보관된 280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 등이 정치권 인사들을 향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 등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총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책임을 돌리며 "금품 수수 의혹은 모르는 일이고 지금까지 정치에 개입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금고지기'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뭉칫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금품 공여 의혹의 최종 책임자가 한 총재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을 접촉한다는 사안의 중대성과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총재 중심으로 돌아가는 통일교 특성상 이번 의혹을 촉발한 윤 전 본부장도 전달자에 불과할 뿐 결국 한 총재 지시를 받았고 보고가 이뤄졌으리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본부장을 접견 조사한 경찰은 이들 진술과 증거들을 대조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서울구치소 내 한 총재 및 윤 전 본부장 수용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지만, 현금 등은 압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선 통일교 측이 2019년 작성한 국회의원 후원 명단을 확보하고 실제 자금이 흘러갔는지 추적하고 있다. 명단에는 임·김 전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이후 천정궁을 방문한 유력 인사들의 출입 내역과 회계자료도 확보해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전 장관에게 줬다는 불가리 시계는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경찰은 시계 구매 당시 영수증과 구매 기록 등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주거지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5일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통상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7일 정도지만 이번 영장의 유효기간은 다음 달 14일까지 한 달이다.

영장에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과 함께 '천정궁 건립'이 통일교의 주요 현안으로 언급됐다. 본산 역할을 하는 천정궁에 이어 후속 건물 건립을 통한 '성지' 완성을 위해 2023년 교황청을 모델로 지어진 초대형 성전 '천원궁' 건립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부당한 청탁이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