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없는 쿠팡 '맹탕 청문회'…외국인 증인들에 "허수아비"(종합)

연합뉴스 2025-12-17 20:00:08

"우리 국민이 호구냐" 비판…외국인 경영진 순차통역 "AI번역기까지 써야하나"

김병기-박대준 오찬 공방도…국힘 "당사자 해명해야"·與 "정쟁 말라"

과방위, 17일 쿠팡 청문회…김범석 증인 채택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는 여야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의 불출석과 대신 나온 외국인 증인들의 답변 태도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가진 오찬 회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범석 쿠팡 의장

◇ "김범석 불출석, 국민 우롱…한국서 사업 포기한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 시작과 함께 김 의장,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의 불출석 통보를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서도 "사고 경과와 책임 소재를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김 의장의 불출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 시장에서 이뤄지는데도 쿠팡의 존폐가 걸린 청문회에 김 의장이 출석을 안 한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로 참석 못 하겠다고 하는데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박충권 의원은 "수조원의 수익은 대한민국에서 챙기고 정작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글로벌 CEO라는 직함 뒤에 숨어서 피하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경영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핵심 빠진 쿠팡 '반쪽' 청문회

◇ "한국어 전혀 못 해"…외국인 증인엔 "허수아비냐" 질책

의원들은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 외국인 증인들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 증인이 한국어를 하지 못해 통역이 질의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아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잦았다.

최 위원장이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증인들의 한국어 의사소통 가능 여부를 묻자 로저스 대표 측 통역사는 "전혀 못 한다"고 말했고, 매티스 CISO 측 통역사는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논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의원 대부분은 질의 중간에 통역사의 말을 끊거나 '짧게 답하라', '핵심만 답하라'며 증인들을 압박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로저스 임시 대표는 허수아비 같다.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 당 조인철 의원은 "그런 얘기는 미국 가서 하라. 대한민국 법과 관행에 따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너무 의미 없는 답변이 계속된다. 한국인 증인에게 질문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고, 급기야는 "시간 절약을 위해 자동번역기를 화면에 띄우겠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그냥 번역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회의 기록을 위해 실제 AI를 활용하지 않고 순차 통역으로 진행됐다.

최 위원장은 "국회법상 회의록은 국문으로 작성돼야 한다"며 의원들에게 속기를 위해 통역 답변을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로저스 대표는 "충분한 답변을 드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계속 답변 과정에서 중단하게 돼 충분히 답변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

◇ 김병기-박대준 오찬도 도마 위에…쿠팡 "물류센터 시설점검 얘기"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만난 사실도 쟁점이 됐다.

앞서 한 언론은 김 원내대표가 지난 9월 박 전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하며 쿠팡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맞섰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피감기관 대표를 만나 인사 청탁한 내용이 있다는데 확인을 안 하고 넘어갈 것이냐"며 김 원내대표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은 "쿠팡이 이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권에 로비를 하는 것은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중요한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식사 자리에 배석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밥값을 누가 냈는지는 모른다"며 "7월 중순쯤 민주당의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의 서초 물류센터 방문이 있었다. 센터 냉방시설 점검 결과에 대한 얘기가 주였다"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 김현 의원은 "(청문회를) 여야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행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 보도로 증인을 채택한다면 할 증인이 너무 많다"며 김 원내대표의 증인 채택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식사 영수증을 즉시 제출하라"고 했다.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