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청문회서 대관로비 논란…대기업·로펌들 전관채용 어떻길래

연합뉴스 2025-12-17 16:00:01

쿠팡, 지난 4년간 전관 30명 영입…정부 규제·입법 등 대비 업무

대기업·대형 로펌들 최대 수십명씩 채용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기업들의 대관 업무와 로비 실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관계에서 소위 힘센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이슈로 떠오른 것은 급성장한 쿠팡이 이번 사태는 물론 최근 노동자 사망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사건이나 정부의 규제나 국회에서 불리한 입법 등에 대비해 전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잇달아 영입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기로에 선 쿠팡

◇ 쿠팡 전직 관료·보좌관 영입은 어떻게 이뤄졌나…전 부처 공무원들 모여

실제 쿠팡의 대관인력 영입 실태를 보면 관련 부처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관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실이 공개한 '국회 공직자윤리위·정부 공직자윤리위'(2024년 1월∼2025년 11월)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과 검찰·경찰, 공정거래위,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 등 25명이 쿠팡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대체로 쿠팡의 고위 임원급으로 영입돼 정부와 국회를 상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돌아선 쿠팡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나 청문회 등에서도 쿠팡이 대관 로비를 통해 창업자인 김범석Inc 이사회 의장의 출석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로비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선 일부 언론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의 지난 9월 오찬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의 전 보좌관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청문회에서 해당 보도를 거론한 뒤 "어떤 로비가 있었는지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김 원내대표의 전 보좌관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팡의 인사조치와 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앞으로도 필요하면 누구든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쿠팡 청문회 김범석 불출석 일제히 질타

쿠팡 고위 관계자는 "쿠팡의 고용 증가율 대비 전관 채용 인원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며 "기업분석기관 CXO연구소 분석을 보면 지난해 쿠팡의 채용 인원은 지난 2022년 대비 90%(4만7천330명) 늘어나 고용 증가 인원과 증가율이 모두 가장 높았다"고 강조했다.

◇ 대기업·금융기관들 '힘센 인사들' 영입 실태는…대형 로펌들도 '싹쓸이'

소위 힘센 인사들 영입은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대기업들과 대형 법무법인(로펌)들, 금융기관들은 각 부처 고위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관들을 채용해왔는데 이들의 힘센 인사 영입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인사혁신처 공직윤리시스템에 공시된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 삼성, 한화, LIG넥스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현대차, 법무법인 율촌, CJ,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대기업그룹과 법무법인들이 정부 출신 등의 인사들을 채용했다.

쿠팡의 올해 정부 전직 인사 채용 규모는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쿠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로지스틱스·쿠팡페이 등 자회사까지 10명의 전직 정부 인사를 채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2021년∼2025년 11월까지 4년으로 확대하면 쿠팡에 취업한 정부 전직 인사는 30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의 정부 인사가 올해 들어 쿠팡에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년간 법무법인 YK의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규모는 경찰청 등 부처에서 110여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법률문제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와 현대차, SK, 롯데, 카카오, CJ 등 대기업들과 세종, 광장, 율촌 등 법무법인들은 지난 4년간 많게는 80여명, 적게는 30여명의 퇴직공직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와 같은 정부의 규제나 국회 입법, 또는 노동 문제 등으로 전관 영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채용된 전직 관료와 보좌관들은 기업과 법무법인의 전무나 상무, 연구원, 고문, 사외이사 등으로 재취업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금융위원회 전현직 관료와 금융감독원이나 검경 출신 인사들을 채용해오고 있다.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