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분석…"스타트업 전략 육성·규제 재정비 중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집중되는 가운데 한국의 AI 벤처투자 유치 규모는 세계 9위, 시장 비중은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AI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규제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정책저장소의 벤처투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전 세계 AI 분야 벤처투자액이 1천584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2015년(400억달러)의 약 4배 규모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0.0%에서 55.7%로 급증해 글로벌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AI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기업이 1천140억달러를 유치해 전체의 72.0%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64.4%)보다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이어 영국(115억달러·7.3%), 중국(90억달러·5.7%) 순이었으며, 한국은 15억7천만달러로 9위를 기록했다. 규모로는 미국의 73분의 1, 영국의 7분의 1, 중국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도 격차는 뚜렷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AI 기업은 미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xAI로, 한 해 동안 110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이어 미국 데이터브릭스(85억달러)와 오픈AI(66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기업 IM모터스와 문샷AI가 각각 13억달러 안팎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1억4천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나,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는 컸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 피지컬 AI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유망한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확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자금의 출처를 보면 미국(36.8%)과 중국(11.7%)은 자국 내 투자 비중이 높았던 반면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국외 자본 유입 비중이 70∼80%를 웃돌았다. 한국은 해외 투자 유치 비중이 34.1%로 낮은 편이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는 "데이터 활용 규제, 불명확한 AI 책임 법제, 예측 불가능한 규제 등이 한국 AI 스타트업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인 만큼, 규제가 아닌 혁신 지원에 방점을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AI 경쟁이 이른바 머니게임의 양상을 보이면서 각국이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AI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3강 국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AI 강점 분야를 세분화해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이 시장에 출시되기 위한 규제 시스템 재정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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