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 풍향계' 마이크론 실적 발표 임박…거품론 우려 불식할까

연합뉴스 2025-12-17 12:00:02

오라클·브로드컴 실적 발표 후 국내외 증시 실망감에 '출렁'

"마이크론, 중요 분기점 될 것"…"반도체주, 단기적인 조정 과정"

마이크론 'G9 TLC' 낸드플래시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오는 18일 새벽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계속해서 불거지는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AI 거품론이 오히려 재점화됐던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향후 AI주(株)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7일,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6시 이후 분기(9∼11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는 현지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 들어 끊임없이 거론되는 AI 거품론을 빅테크의 실적이 밑받침 혹은 상쇄하며 국내외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지난주 실적을 내놓은 오라클과 브로드컴은 AI 거품론에 다시 불을 붙이며 주가 하락세를 촉발했다.

오라클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증가한 161억달러, 조정 영업이익은 10.5% 증가한 67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68% 증가한 40억8천만달러였다. 이외 클라우드 판매는 34% 증가한 79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시장 예상치를 조금 밑돌았다.

시장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결과에 11일 뉴욕증시는 AI 산업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며 혼조세로 출발했다.

오후 들어 주도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상승 마감했으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26% 내렸다.

국내 증시는 오라클발 충격에 전장보다 0.59% 내린 4,110.62로 장을 마쳤다.

국내 주식 시황 (PG)

브로드컴이 미친 파장은 더 컸다.

브로드컴은 지난 11일 비교적 호실적은 내놓았으나 실적 발표 후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었다.

탄 CEO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이는 AI 산업이 생각보다 '돈이 안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발언의 여파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S&P500지수는 1.07%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84% 내린 4,090.59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브로드컴발 악재에 2.72% 급락 출발했다가 낙폭을 다소 줄였다.

이제 남은 건 마이크론이다.

이번에 마이크론이 어떤 실적과 전망을 내놓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앞서 중요 분기점으로 꼽았던 브로드컴 실적이 실망감으로 전환되며 반도체 업종이 하락을 지속한 바 있다"며 "마이크론 실적이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와 관련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AI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증권 강재구 연구원은 "AI 인프라 기업의 투자심리를 훼손한 브로드컴 급락의 원인은 수요 악화가 아닌 공급 병목 문제로 판단한다"며 "공급망을 선점한 엔비디아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대체 파운드리의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과거 한국 반도체 사이클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됐듯이 지연 국면은 단기적인 가격 조정을 유발했지만, 중기 실적 경로를 훼손하지 않았다"며 "AI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의구심이 아니라면 주가 조정 양상을 급격한 가격 조정보다 기간 조정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