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천년을 흘러온 시간'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회화·복식·공예품 등 39점 국내 첫선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복궁 근정전에는 왕이 앉는 자리 너머에 해와 달, 소나무 등을 그린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놓여 있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면서 나라의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어떨까. 과거 일본 왕이 머무르던 주요 건물인 시신덴(紫宸殿)에는 왕의 자리 뒤편에 중국의 성현(聖賢) 여러 명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장지문 위를 채운 그림은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자리 잡은 뒤 긴 시간을 이어온 일본 궁정 문화의 전통과 특색을 보여주는 주요 유물로 여겨진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궁정 문화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과 함께 이달 18일부터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 문화'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박물관 개관 2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회화, 공예, 복식, 악기 등 39점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한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의 궁정 문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며 세계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기회"라고 말했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은 701년 중국 당나라의 정치 체제를 받아들인 뒤, 나라 시대(710∼794)에 궁정 문화의 면모를 갖췄고 헤이안 시대(794∼1185)에 전성기를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마쿠라 막부(1192∼1333) 시대에는 다소 쇠락하기는 했으나, 에도 시대(1603∼1868)에 들어 다시 궁정 문화를 복원해 오늘날까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에서는 궁정의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을 장식한 18세기 그림 병풍, 각종 의례와 행사를 담은 그림 화첩, 춤추는 장면을 그린 그림 등을 마주하게 된다.
관료와 궁인이 착용했던 전통 복식의 경우, 상·하의를 여러 차례 겹쳐 입고 뒷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일본 궁정 복식 특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성들이 사용한 부채, 13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피리도 눈길을 끈다.

후비(后妃·임금의 아내)가 머무르던 공간인 히교사(飛香舍)에서 쓰던 가구와 실내 장식품은 당시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다른 나라 왕실과 왕실 문화를 소개하는 6번째 전시다.
전시와 연계해 세계의 왕실 문화를 짚는 특별 강연도 열린다.
다음 달 20일에는 이노쿠마 가네키(猪熊兼樹) 도쿄국립박물관 공예실장이 '궁정의 연중행사'를 소개하고, 2월 3일에는 전시를 기획한 박수희 학예연구관이 강연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ye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