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끌 '하나의 엔진'…인재 양성 요람 '통합 강원대' 첫발

연합뉴스 2025-12-17 10:00:06

'매머드급' 국가거점국립대 탄생…미래 먹거리 산업 허브 도약

춘천·삼척·강릉·원주 캠퍼스 특성화…'캠퍼스=창업 단지' 변모

유학생 유치·통합 외연 확장…학령인구 감소·지역소멸 위기 돌파

강원대학교 전경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대학교와 국립강릉원주대학교가 내년 3월 '통합 강원대학교'로 첫발을 내디딘다.

두 대학의 통합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통해 고등교육 체계 재편과 지역·대학 동반 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전망이다.

통합 강원대는 출범과 동시에 춘천·삼척·강릉·원주 4개 캠퍼스에 학생 수 3만명, 교수 1천400명을 갖춘 '매머드급' 국가거점국립대로 재탄생한다. 이는 전국 국공립대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통해 얻은 국비 1천737억원과 지방비 434억원 등 총 2천171억원이 통합 재원으로 쓰인다.

통합 강원대는 정부의 거점국립대 육성 정책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최근 2026년도 예산을 확정해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학교 수준의 연구 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교육부의 거점국립대 지원 예산은 8천855억원으로 올해 4천242억원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예산은 9개 거점국립대의 학부 교육 혁신과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에 투입된다.

인공지능(AI)·이공계 인재 양성 분야 등에도 3천348억원이 투입되는 등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가 예고돼 강원대 역시 대대적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1도1국립대 공유·연합·통합 복합형 통합모델

◇ AI·반도체·K-국방…'삼각 편대'로 지역 성장 견인

강원대는 AI, 반도체, 방위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현재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협력해 '구글 연계 교육과정'(Google@KNU)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 엔지니어가 직접 교과를 설계, 학생들은 실제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배운다.

또 지난해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 재차 선정돼 5년간 178억원을 지원받아 전공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AI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년 AI 분야 첨단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사업'에 선정돼 5년간 국비 포함 총 64억2천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에는 전국 32개 대학이 경쟁해 강원대를 포함한 3개 대학만이 선정됐다.

강원대는 업스테이지, 강원대병원 등과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의료 AI 등 특화 트랙을 운영,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AI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구글 연계 교육과정(Google@KNU)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과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를 통해 약 780억원 규모의 재정을 확보했다.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와 협력해 '설계-공정-패키징' 모든 과정을 갖춘 국내 유일의 통합형 반도체 교육·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2023년 '디지털밀리터리학과'를 신설하는 등 'K-국방' 전문 인재 양성에 한창이다.

또 강원대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국방 AI, 국방 로봇·반도체, 국방정보 보호 등 4개 센터를 운영해 관련 연구에 힘쓰고 있다.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교육부 '램프'(LAMP) 사업 등 대형 국책 연구를 연이어 수주하며 216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확보했고, 국내 대학 최초로 '한국형 국방 사이버 위험 관리 제도'(K-RMF) 국책 연구를 수행하며 국방 보안 기술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강원대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와 수리과학연구소는 교육부 '글로컬 랩'(Glocal Lab) 사업에 동시 선정돼 연구 중심대학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도 했다.

수리과학연구소는 9년간 135억원을 지원받아 '수리모델링·AI 융합연구'를 진행해 지역 산업 문제 해결에 나선다.

또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총 216억원 규모의 '방산기술보호연구소' 과제를 수행해 무기체계 보호와 방산 보안 기술의 표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방산기술보호연구소 개소식

◇ '따로, 또 같이' 멀티캠퍼스 운영…장벽 허문 융합형 인재 양성

통합 강원대는 춘천·삼척·강릉·원주 4개 캠퍼스를 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과 강점을 살려 기능별로 분산하면서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멀티 캠퍼스'(Multi-Campus) 체제로 운영한다.

캠퍼스별로 춘천은 정밀 의료, 바이오헬스, 데이터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교육·연구 거점'으로 육성하고 삼척은 액화수소, 방재 산업, 에너지 분야의 중심지로서 '지산학 협력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강릉은 신소재, 해양 바이오, 천연물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지학연 협력 거점'으로, 원주는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이모빌리티 중심의 '산학협력 거점'으로 각각 특성화한다.

이를 위해 강원대는 대학혁신전략실을 신설하고 캠퍼스 총장제를 도입해 분권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

총장 직속 기구인 대학혁신전략실은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재정사업 기획,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 등 통합 강원대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캠퍼스별 총장은 입시, 교무, 학생 지도 등 학사 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캠퍼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대학교

통합 강원대는 학생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사 구조도 혁신한다.

100명 이상 규모의 대형학과인 '탑클래스 통합학과'를 캠퍼스 간 공동 운영하며 학생들이 물리적인 이동 없이도 다양한 교수진과 커리큘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춘천 캠퍼스의 컴퓨터공학과와 원주 캠퍼스의 컴퓨터공학과를 하나의 학과처럼 운영하고 원격 공동교육체계와 AI 기반 초개인화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연계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형 교육모델인 'P3L'(Place·Problem· Project-based Learning) 수업도 운영한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삼척 캠퍼스의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나 지자체와 협력한 '컬러 감자 품종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졸업 후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다.

한편 강원대는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수의과대학 등 4개 계열을 모두 갖춘 국가거점국립대인 만큼 지역 의료 인재 양성과 바이오산업 발전의 중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원대 산학연혁신허브 조감도

◇ 캠퍼스가 곧 창업기지…통합 외연 지속 확장

캠퍼스 자체를 거대한 창업 단지로 만드는 것 역시 강원대의 '큰 그림'이다.

강원대는 특화 프로그램인 '창업 미네르바 스쿨'을 통해 4개 캠퍼스별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실전형 창업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286개 창업 교과를 통해 9천400여명의 학생이 교육을 이수했고, 창업동아리와 경진대회 등 비교과 프로그램에도 2천5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컨테이너 40여개 동으로 마련된 'KNU스타트업큐브'도 학생·교원의 창업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화까지 '원스톱' 지원이 이뤄진다. 실제 학생 창업 35건, 교원 창업 17건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강원대 창업동아리 '고위드'(Go With) 팀이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상추를 활용한 가뭄 예방 비료를 개발해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비즈니스 프로젝트 대회 '2025 인액터스 코리아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는 한편 지난 9월 방콕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강원대 캠퍼스 산학단지 전체 조감도

강원대는 창업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 70%를 보이는 '캠퍼스 혁신파크'에는 기업 입주 공간, 연구 시설, 주거·문화 시설이 집적된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마련된다.

이곳에 들어설 '산학연 혁신 허브'는 바이오,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 분야 15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117개 기업이 입주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강원대는 우수한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의 지역 정주를 도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위기'에도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대는 해외 현지에 'KNU 문화원'을 설치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입학 전 사전 교육 프로그램인 'KNU 예비 학부'를 통해 유학생들의 안정적인 적응을 돕고 있다.

또 입학 후에는 학업·생활·취업을 아우르는 원스톱 지원센터를 통해 유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2천697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급증했다.

통합 외연도 지속해 확장하고 있다. 강원대는 국립강릉원주대와의 통합에 이어 춘천교대, 강원도립대와도 통합 추진 업무협약을 했다.

정재연 강원대 총장은 "통합 강원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 혁신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전국 최대 규모의 지원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고 지역의 미래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taetae@yna.co.kr

정재연 제13대 강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