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 코스피 4,000 돌파…한국 증시 45년만에 새 역사

연합뉴스 2025-12-17 09:00:04

올해 들어 67%↑…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1위 쾌거

뉴노멀된 '사천피'…코스피 5,000 시대 향한 여정 본격화

사천피 돌파 축하하는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증권사 대표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전쟁 같은 초대형 악재 속에 2025년을 시작한 한국 증시는 화려하게 비상하며 성공적인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경제를 옭아매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봇물이 터지듯 복귀했고,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은 그간 외면받던 '국장'(국내 증시)에 온기를 더했다.

◇ 전인미답의 '사천피' 돌파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3,999.13에 장을 마쳤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회의론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이 부각되며 2% 넘게 급락, 4,000선 아래로 내려왔지만, 작년 말 종가(2,399.49) 대비로는 66.7% 상승한 수치다.

외국인 순매수 행진에 힘입어 코스피 '불장'이 본격화한 지난 5월 말(2,697.67) 이후만 따져도 불과 반년 사이 4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었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은 작년 중순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8조원을 순매도했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분위기가 전환된 계기는 6월 조기 대선이었다. 한국 상장주식을 과매도했던 외국인은 5월부터 '사자'로 전환, 10월까지 2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가 본격화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 6월 20일 3,021.84에 마감해 3년 6개월 만에 처음 3,000선을 넘었고, 이로부터 약 4개월 만인 10월 27일에는 장중 4,000선을 뛰어넘는 새 역사를 썼다.

11월 3일에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4,221.87까지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장중 사상 최고치는 같은 달 4일의 4,226.75다.

1980년 코스피 출범 후 45년 만에 전인미답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 올해 코스피 수익률, 압도적 세계 1위

코스피의 올해 수익률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코스닥(35.1%) 역시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같은 기간 미국 3대 지수 수익률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3.8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15.89%와 19.40% 수준에 그쳤다.

한국 증시가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AI 붐이 촉발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그간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새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계기로 외국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과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 재개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랠리 기대감도 지수를 밀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 4,000 돌파 (PG)

◇ 꿈의 지수 '오천피' 향한 여정 본격화

1983년 1월 4일 발표된 코스피는 이를 소급해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포인트 기준으로 설정했다. '3저 호황'에 힘입어 1989년 3월에는 최초로 1,000선을 뚫었다.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회복과 적립식펀드 열풍, 중국 경제 급성장에 힘입어 2007년 7월 2,000대로 올라섰고 2021년 1월 6일 장중 '삼천피'에 도달했다.

특히 코스피는 10월 4,000을 넘은 뒤 11월 들어서는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14조4천560억원 규모의 매물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오뚜기마냥 다시 일어서며 4,000선을 회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사천피'를 한국 증시의 '뉴노멀'로 굳히며 꿈의 지수인 '오천피'(코스피 5,000)를 향한 여정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2026년도 코스피 밴드를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총 7곳으로, 해당 증권사들은 내년도 코스피 하단을 3,500∼4,000으로, 상단을 4,500∼5,500으로 전망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001500](3,900∼5,500)이었다.

하단과 상단 각각 4,000과 5,300을 제시한 대신증권의 이경민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저평가된 반면 이익 모멘텀은 최상위"라면서 "글로벌 주요국들과 밸류에이션 키 맞추기 만으로도 최소 10%에서 30%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월 들어 평균 1,470원선을 넘어서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원/달러 환율과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은 악재로 꼽힌다.

10월 말 이후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AI 산업 거품' 논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과연 그만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좀처럼 불식되지 않고 있어서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