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 '산재와의 전쟁' 선포…노란봉투법 발의 10년만에 입법

연합뉴스 2025-12-17 09:00:03

사회적 대화 재개에도 노사 합의 난항…정책 현장 안착, 과제로

양대노총 위원장과 손잡은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옥성구 기자 =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빈발해온 산업재해 문제에 헤드라이트가 비춘 한해였다.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노동계의 오랜 염원이 법안 발의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다만 노란봉투법의 후속 조처 등을 둘러싸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행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뜨거운 감자'로 꼽혀온 '정년연장'(계속고용)은 국회 사회적대화 기구가 출범했음에도 노사의 갈등 속에서 현재까지 논의가 답보한 상태고,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은 '연구인력 주 52시간제 제외' 조항이 빠진 채 의결돼 경영계 반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

◇ 정부, '산재와의 전쟁' 선포…경영계는 "국가경제 악영향 우려" 반발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산재 감축을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산재 사망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현재 1만명당 현재 0.39명에서 203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잡았다.

감축 수단으로는 연간 3명 이상 산재가 발생한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 5% 이내, 하한액 30억원 과징금 부과, 중대재해 반복 건설사에 대한 등록말소 처분 등 초강력 제재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가 안 줄어 들면 직을 걸라"며 당부했고, 김 장관도 "직을 걸겠습니다"라고 답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산재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 산재와의 전쟁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올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는 총 457명으로 전년(443명)보다 14명(3.2%) 늘어, 2022년 통계 작성 개시 이래 처음으로 증가로 전환했다. 영세사업장에서의 잇따른 안전사고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노동부는 산재 사망 지표가 대표적인 후행(後行) 지표인 만큼,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1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견 사업장 이상에서의 중대재해는 책임을 강화하고, 작은 사업장은 기술·재정 지원으로 산재 예방을 뒷받침한다는 추가 로드맵도 내놨다.

아울러 ▲ 알권리 ▲ 위험을 피할 권리 ▲ 참여할 권리 등 노동자의 '3대 권리' 보장하고자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의무화, 안전보건공시제·원하청 공동산업안전보건위원회 도입,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확대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계는 이런 각종 정책에 대해 "기업경영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나아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전방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지원보다 제재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이행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년연장·노란봉투법·반도체특별법까지…첨예한 노사 갈등

정년연장 논의는 지난 정부 때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정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진행돼왔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논의가 '올스톱'됐고, 이후 경사노위 계속고용위원회 공익위원들이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를 유지하면서 정년 후 일하길 원하는 근로자를 65세까지 의무 고용하는 권고안을 내놨으나, 노동계가 빠진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돼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가 가동됨에 따라 노사를 중심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재개됐으나, 연말이 다가옴에도 노사가 정년연장과 관련한 방법적 측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에 공이 넘어간 상황으로, 민주당이 이미 노사에 법정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한 3개 안을 제시한 만큼 이 중 한 개안으로 최종 입법되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3개 안 모두에 노동계는 법정 정년연장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너무 늦다는 등의 이유로,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최종안이 나온 후에도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전 정권에서 두차례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돼 새 정권에서 세번째 시도 끝에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또한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 중 하나다.

'노동계 청구서'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기존 통과 안들보다도 진전된 내용이 담겨 경영계 반발이 잇따르는 와중에 최근 노동부가 창구단일화 방안을 전제한 시행령을 제시함에 따라 노동계까지 반발하면서 시행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여야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반도체특별법의 '연구인력 주 52시간제 제외' 조항은 결국 최종 의결안에서 제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처리하면서 "소관 상임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대안을 계속 논의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으나, 기후위에는 노동계 출신들이 포진한 만큼 사실상 추가 논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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