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반도체 호조에 연간 1%대 성장 전망
잠재성장률 못 미치는 저성장…유례없는 고환율도 부담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2025년 한국 경제는 연초부터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과 미국 관세장벽 등 내우외환 속에서 '역성장' 수렁에 빠졌다.
연간으로는 6월 초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과 반도체 주도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이 1%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외 불확실성 문제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고령화와 구조개혁 지연 등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지속된 점은 한계다. 1,400원대 후반 고환율의 무게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 작년 말 계엄·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에 1분기 -0.2% 성장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는 계엄 후폭풍과 통상 리스크의 이중고에 시달렸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과 소비심리를 짓눌렀다. 한국의 신인도까지 위협받는 상태가 이어졌다. 기업들도 설비투자나 신규 채용을 미루며 몸을 사렸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더해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며 '관세 전쟁' 포문을 열었다.
전방위 충격에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로 떨어졌다.
민간소비(-0.1%), 건설투자(-3.1%), 설비투자(-0.4%), 수출(-0.6%) 등 대부분의 거시 경제 지표가 뒷걸음질 쳤다.

◇ 정치 불확실성 해소…소비·반도체 훈풍으로 3분기 본격 회복
한국 경제는 헌법재판소가 4월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고 6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제 심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전후인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편성한 4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마중물이 됐다.
민간소비는 2분기 0.5%, 3분기 1.3%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때마침 시작된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수출에도 훈풍이 불었다. 1분기 -0.6%였던 수출은 2분기 4.5%, 3분기 2.1%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1∼11월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천526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연간 수출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액은 660억4천만달러로, 올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관세 협상은 지난 7월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방안으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3개월 동안 끈질긴 후속 협의를 통해 지난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최종 타결됐다.
상호관세율은 7월 합의한 대로 15%를 유지하고,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3천500억달러 중 2천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세율을 유럽연합(EU)·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낮춰 같은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 통상 불확실성 해소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2분기 0.7%, 3분기 1.3% 성장하며 다시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4분기가 3분기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경제는 올해 연간 전년 대비 1.1%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 저성장 고착화 우려…정부 "내년 대도약 원년으로"
한국 경제는 상반기 위기에서 벗어나며 '상저하고'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도 연간 1%를 겨우 넘는 수준은 잠재성장률(약 1.8%)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소비를 일부 지탱했던 확장재정이 지속 가능한지를 두고도 의문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전히 나라 안팎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어선 가운데 고환율이 산업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 경제정책 기획조정 강화 ▲ 잠재성장률 반등 ▲ 민생안정 및 양극화 대응 ▲ 전략적 글로벌 경제협력 ▲ 적극적 국부창출 ▲ 재정·세제·공공 혁신 등을 통해 내년을 한국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적극적 재정 정책과 소비·투자·수출 부문별 대책으로 '1.8%+α'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며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초혁신 경제 프로젝트를 가시화해 전략적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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