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글로벌 질서가 격동한 한 해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거래 우선적 외교를 노골화했고 고율관세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세계 경제, 안보 지형을 뒤흔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와 함께 더 치열해졌다.
미국의 전방위적 기술, 통상 공세에 중국은 자원 무기화와 자체 기술 생태계 구축으로 맞섰다.
G2의 정면대결 속에 글로벌 진영 구축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한 반대를 공통분모로 삼아 연대를 다졌다.
북중러 3국 정상은 중국 전승절에 66년 만에 나란히 서며 신냉전 구도를 더 뚜렷하게 노출했다.
글로벌 리더십 혼란 속에 중동정세도 마구 흔들렸다.
역내 최대의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 동안 직접 충돌했고,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은 종식에 이르지 못한 채 살얼음판 휴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종전 압박 속에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극우성향을 지닌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새 총리로 선출돼 동북아 정세에 충격을 줬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바꾸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냈다.
그는 대만해협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언급해 중국과의 심각한 외교갈등을 촉발했다.
지구촌 난제에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해온 정신적 지도자의 교체도 있었다.
가톨릭 14억 신자를 이끌어온 교황 프란치스코가 부활절 이튿날 세상을 떠나고 레오 14세 교황이 후임자로 선출됐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은 실험적 기술을 넘어 개인과 기업의 일상에 필수 도구로 자리를 잡은 해로 평가되기도 한다.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글로벌 질서 격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집권2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는 지구촌 정치, 경제, 안보와 관련한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변곡점으로 평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해외원조를 줄이는 등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발을 뺐다.
미국은 전통적 다자주의 체제에서 철수 속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자인 중국과 전략적 경쟁 수위를 높였다.
세계는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비서구 기구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다극적, 지역적 권력 재편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들어 더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으로 세계 경제질서 변경에 나섰다.
안보를 이유로 자의적으로 세율을 책정한 이른바 '상호관세'를 교역 상대국 전체에 부과했다.
자국의 전통 산업 기반인 자동차, 철강, 산업 필수재인 광물, 미래산업인 반도체, 바이오 등에는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거나 예고됐다.
전 세계는 이 같은 통상공세에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생존전략을 재설계하는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보다 거래를 우선시하는 외교를 노골화해 글로벌 안보지형에도 변화를 알렸다.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광물 이권을 따내고 캐나다 병합,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점령을 운운했다.
미국의 이익에 따른 관계급변 가능성 때문에 미국에 안보를 의지해온 동유럽,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지정학적 불안이 커졌다.

◇ 미중 패권다툼 격화…트럼프·시진핑 부산서 대좌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구조적으로 심화했다.
미국은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군사적 우위 확보를 목표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중국 견제책은 기술, 통상, 지정학 등 전방위로 이뤄졌다.
미국의 기술통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등 차세대 산업의 공급사슬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단행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칩과 같은 첨단 기술의 유출을 금지해 추월을 견제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자체 생태계 구축을 시도했다.
미국은 공급망 분리(디커플링)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중국 핵심산업에 수출·수입 규제를 동시에 가했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공세에 굴복하지 않고 매번 맞불을 놓았다.
특히 고율관세의 보복 악순환 속에 올해 4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 중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무기를 비롯한 모든 정밀기기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해 미국 첨단 제조업에 압박을 가했다.
세계 경제는 깊은 불확실성에 빠지고 이를 반영한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경쟁은 하되 대결이 양국과 세계 경제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그런 체제를 공식화했다.
두 정상은 현안을 논의해갈 소통 채널을 마련해 갈등을 봉합하고 관리되는 경쟁을 예고해 불확실성을 일부 완화했다. '무역 휴전'에 합의하면서 파국은 일단 피했지만 미중간 패권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 66년만에 한데 모여 결속 다진 북중러 정상…中전승절 80주년 열병식
9월 3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는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는 강렬한 이미지가 펼쳐졌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다.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에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반미국 연대'를 명확히 했다. 전 세계가 신냉전 북중러 연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 무대에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국제적 고립 상태에 놓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을 비롯한 우방들에 둘러싸인 채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이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중국이 미국과 맞먹는 패권 국가로 부상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드러냈다.
미국 중심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중러 정상이 북중·북러·중러 등 양자 회담을 잇따라 열며 결속을 다지는 상황에 한국 등 각국은 긴장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에도 큰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서방 진영 수장 역할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이 "아름다운 행사"였다며 "나는 그들(북중러 정상) 모두와 관계가 매우 좋다"고 애써 평가했다.

◇ '강경 보수' 다카이치, 日총리 취임…'전쟁가능국가' 행보 가속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1885년 일본이 의원 내각제를 도입한 이후 140년 만에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로 물러난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뒤를 이어 10월 초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같은 달 하순 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하며 집권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판세에서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에게 밀리는 듯했지만,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지 등에 힘입어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이어 자민당과 1999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이 다카이치 총리의 강한 보수색에 우려를 표하며 연정 이탈을 선언해 위기를 맞았으나, 강경 보수 성향 일본유신회와 새로 연정을 수립하면서 권력을 거머쥐었다.
'여자 아베'로도 평가되는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 등 안보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리는 시점을 2년 앞당길 방침이고, 안보 정책 근간인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무기 수출 규제 대폭 완화,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 재검토,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 지지율은 70%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한 이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가 우파 성향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강한 우려와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대만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동북아 안보 지형 격변
2025년 하반기 동북아시아 안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으로 크게 흔들렸다.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에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위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시사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였다.
대만 문제를 절대적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중국은 즉각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한 여론전, 일본 여행 자제 권고, 항공편 취소 허용 등 경제·문화 압박을 동시에 실행했다.
양국의 인적·문화 교류는 빠르게 얼어붙었고, 긴장 수위는 걷잡을 수 없게 높아졌다.
양국 갈등은 결국 군사 영역으로도 확산했다.
일본은 12월 6일 중국 전투기가 오키나와 인근 공역에서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두 차례 조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위"라며 공개 항의하며 방위 태세 강화에 나섰다.
반면 중국은 "정당한 훈련 중 일본이 접근했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중국 매체들은 일본의 군사력 확충 계획을 문제 삼으며 '일본 위협론'을 조성하고, 일본 내에서는 '안보 환경이 전례 없이 악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발언 철회 없이는 추가 보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외교 분쟁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적 긴장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교황 프란치스코 선종과 새 교황 레오 14세 즉위
청빈한 삶을 살며 예수의 가르침을 지구촌에 설파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1일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끈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회를 소외된 이들의 '야전병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빈민, 난민, 여성 권익의 옹호자였으며 가톨릭의 보수적 관습에 맞서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개혁적 자세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종식과 기후변화 대응 등 지구촌 난제에도 적극적 목소리를 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등 현안에 늘 개입하는 현대적 교황으로서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에 여러 문제를 겪다가 올해 갑자기 건강이 악화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회복해 신자들의 환호 속에 부활절을 주재했으나 이튿날 거짓말처럼 선종했다.
그의 선종은 지구촌 난제에 항상 방향을 제시해온 도덕적 나침반을 상실한 사태로 국제사회에 큰 상실감을 안겼다.
교황청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통해 5월 8일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70)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강대국 출신 교황을 금기로 여기는 가톨릭 전통을 깼다.
여기에는 다양성을 높이고 외교적 입지,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교황청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널리 인식된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사회 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역할을 강조한 레오 13세의 유지를 받들어 레오를 즉위명으로 선택했다.
이는 예수의 가르침을 현실사회에 적용하는 사회교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교황 레오 14세는 가톨릭교회 안팎에서 여러 난제에 직면했다.
프란치스코의 진보 가치와 보수파의 전통 수호 사이에서 화해와 통합을 이루고 교회의 현대적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전쟁, 기후변화, 부의 불평등,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의 변화 등에 대응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과제도 안았다.

◇ AI, 미래 아닌 현재 기술…급팽창 속 거품론까지
올해는 AI가 실험적 기술에서 산업과 개인적 생활에 일상적으로 통합돼 필수 기술로 안착한 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4, 클로드 오퍼스 4.1, 오픈AI의 GPT-5.2,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3.0 등 혁신적 모델의 출시가 속출했다.
자율형 AI도 등장해 최소한의 인간 개입에도 추론, 계획, 다단계 작업을 통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해갔다.
미국의 독주처럼 비치던 AI 경쟁에서 추격자가 혜성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은 딥시크를 출시해 저비용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만들 가능성을 입증해 실리콘밸리에 충격을 줬다.
통계를 살펴보면 AI는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도구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하는 2025년 AI 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각종 기관의 78%가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년도 인덱스에서는 그 수치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시장분석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기업들의 AI 솔루션 확장 속에 올해 AI의 시장 규모는 3천900억 달러(약 574조원)로 추산된다.
표준화 노력도 이뤄졌다.
구글은 4월에 다양한 AI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상호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할 개방형 표준 통신규약을 발표해 50여 조직을 끌어들였다.
큰 기대 속에 AI 투자는 벤처캐피털과 대형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역대급 규모로 확대됐다.
글로벌 벤처 자금의 절반 이상이 AI 분야에 집중됐고 데이터센터·GPU·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다.
이를 두고 투자에 비해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 AI 기업의 주가가 닷컴버블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강력한 기술 수요와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들어 투자 과열이 산업 초기의 성장 단계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 이스라엘-이란 12일간 전쟁…美, 이란 직접공습
이스라엘과 이란은 6월 13일부터 24일까지 약 12일 동안 직접 무력충돌을 일으켜 중동정세를 뒤흔들었다.
전쟁은 이란 내 핵시설, 주요 군사시설, 군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자국 생존의 직접적 위협으로 인식하며 정당한 선제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체결한 핵합의(JCPOA)가 와해되자 핵무기 재료를 만든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에 200대가 넘는 항공기, 드론, 미사일을 동원했고 이란 방공망은 자국 군사시설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이란군 참모총장,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지도부와 핵 과학자들까지 표적 공습에 암살당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탄도 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발사해 일부 민간 지역에 피해를 줬다.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체계가 튼실한 데다가 미국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대다수 미사일과 드론은 격추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전쟁 9일째인 6월 22일 이스라엘에 타격하기 어려운 이란 지하 핵시설을 공격하며 전쟁에 직접 개입했다.
이스라엘이 포르도, 나탄즈 시설에 B-2 폭격기를 투입해 벙커버스터를 투하했고 이스파한 시설은 순항미사일로 폭격했다.
핵시설 폭격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비판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미국의 압력 속에 휴전으로 봉합됐으나 긴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을 빈사에 빠뜨리고 이란과 직접 전쟁에서도 이겨 역내 패권에 다가섰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에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으나 궁극적 안보를 위한 핵무기 보유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 미얀마 규모 7.7 강진·홍콩 화재 참사…대형 재난에 시달린 아시아
3월 말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7 강진으로 만달레이와 수도 네피도 등지에서 3천700명 넘게 사망했다.
네피도를 포함해 미얀마 전역에서 정부 건물 5천400곳, 주택 5만2천채, 학교 2천600곳, 병원 600곳, 호텔 250곳 등이 지진 피해를 봤다.
인근 태국 방콕에서도 공사 중인 30층 높이의 감사원 신청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8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6개월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해 2천200명 넘게 숨지고 3천6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아프간에서는 1990년 이후 35년 동안 규모 5.0 이상 지진이 355차례나 발생했다. 유라시아 지각판이 인도 지각판과 접촉하거나 스쳐 지나갈 수 있고, 남쪽 아라비아 지각판의 영향도 받아 세계에서 지진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11월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에 있는 32층짜리 아파트단지 '웡 푹 타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 불로 12월 10일까지 160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또 부상자 79명과 이재민 5천명이 발생했다.
창문을 가린 스티로폼 등 가연성 자재와 난연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비계(飛階·작업자 이동용 간이 철제 구조물) 안전망 등으로 인해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은 폭우가 내린 뒤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초토화됐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3개 주에서 약 1천명이 숨졌다. 남아시아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도 600명 넘게 숨지는 등 4개국에서 약 2천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탓에 이 지역에 폭우가 심해진 데다 벌목을 비롯한 난개발과 부실한 재난 방지 시스템까지 더해져 피해가 컸다고 진단했다.

◇ 가자지구·우크라이나 끝나지 않은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은 올해도 종식되지 않았다.
무차별적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가자지구 대부분은 초토화됐으나 하마스 잔당은 지하터널에 은신해 저항을 계속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해체와 가자지구 퇴출을 원했으나 하마스를 이스라엘 인질을 붙들고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가 휴전을 중재하려고 했으나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고 전쟁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쟁은 올해 10월 7일로 2년을 맞이했다. 전후 사망자가 7만명을 넘은 가자지구는 질병과 굶주림까지 닥쳐 생지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부터 종전까지 로드맵이 담긴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9월 29일 발표했다.
그는 이를 이스라엘, 하마스에 강요해 10월 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수감자와 인질을 교환하는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은 하마스의 무장해제, 이스라엘의 철군, 국제사회의 과도기적 통치 등을 담은 2단계 중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지적 충돌이 계속 빈발하는 등 휴전이 살얼음판인 데다가 2단계 의제에 견해차가 커 종전 전망은 불확실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도 곧 만 4년을 맞으며 장기 소모전으로 지속되고 있다.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계속 막아내면서 전선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었다.
다만 러시아는 작년 여름 우크라이나에 기습 점령된 영토 쿠르스크를 북한군의 도움을 받아 올해 초여름에 탈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후 우크라이나전을 신속히 종식한다는 약속에 따라 종전 중재를 서둘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8월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무조건 휴전으로 시작되는 종전 로드맵을 강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종전 합의안을 만들어 두 당사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가 전제된 종전 후 국경선 획정 등 핵심쟁점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jangj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