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 시대 교양의 의미를 묻다…장석주 '교양의 쓸모'

연합뉴스 2025-12-17 00:00:15

공희경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유선혜 '모텔과 나방'

교양의 쓸모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교양의 쓸모 = 장석주 지음.

"나를 지켜낸 것은 지식이 아니라, 삶에 밴 교양이었다."

지식의 양이라는 것이 무색해지는 인공지능(AI) 시대,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보는가'일지도 모른다.

'교양의 쓸모'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다.

시인은 책에서 교양에 대해 생존의 방식이며, 지식보다 오래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교양은 거창한 학문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며, 마음이 던지는 질문이고, 삶이 남겨놓은 무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에 '깊이에 대한 감각'을 놓치고 있다며 "내 하루의 결을 살피고, 내 존재에게 말을 거는 태도"를 권한다.

파편화된 공동체 속에서 마지막까지 놓치지 말아야 인간적 품위로서 교양의 의미를, 교양의 쓸모를 되짚는다.

풍월당. 288쪽.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 공희경 지음.

2015년 어느 작은 섬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 후 섬의 생명체는 단 한 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움'(AUM)이라 불리는 이 정체불명의 현상이 전 세계로 퍼지며 연구가 시작됐고, 생존자의 유전자를 이용해 움에 대응하는 면역 시술이 개발된다.

단, 이 시술은 큰돈이 드는 데다 죽기 전까지 키가 자란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세대를 거치며 시술 여부는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구분하는 표식이 됐다. 신장의 격차가 곧 불평등의 상징이 된 것이다.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인 이 소설은 움에 대한 면역 여부로 분화한 두 인종의 문명을 그렸다.

거대한 재난 이후 세대를 거치며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인종을 통해 계급과 불평등의 모순, 인류 문명과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묵시록적으로 담아낸다.

허블. 356쪽.

모텔과 나방

▲ 모텔과 나방 = 유선혜 지음.

제15회 문지문학상 수상자인 유선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문지문학상 수상작 '모텔과 인간'을 비롯한 32편이 수록됐다.

그의 첫 시집인 '사랑과 멸망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허무와 고독, 사랑을 참신한 시어로 짚어냈다면, 새 시집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행동에 뒤따르는 고통과 상처, 병리적 현상으로 관심을 넓혔다.

시인은 특히 모텔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 허위의식을 드러내고, 인간을 빛을 등진 '나방'처럼 만드는 사회 구조를 고발한다.

"창틀과 잘 맞지 않는 창문을 억지로 닫자 나방들의 몸통이 부서지고 으스러진 날개가 방충망에 끼어 바스락거린다// 빛을 등지기/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무의미로 남기// 그러니까 나는 그냥 살고 싶었던 것 같아" ('모텔과 나방' 중)

현대문학. 204쪽.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