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도가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제주도의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16일 제주도의회 제445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남근 의원은 "행정이 안내판을 설치해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규정하는 순간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4·3 왜곡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박진경 대령에 대한 평가에는 좌우가 존재한다"며 "한편의 시각으로 여론에 끌려가듯이 평가 없이 무자비하게 고인의 인권을 폄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상수 의원도 "이남근 의원이 한 말이 100%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는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행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역사는 도민이나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지 행정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하성용 의원은 "진상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적시함으로써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다. 이를 갈라치기라고 하는 등 쟁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창권 의원은 문제가 되는 추도비 문구를 지적하며 "오영훈 도정에서 매우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 도민 목소리를 더 강하게 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경미 의원은 "진실의 비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세워진 부분에 대해 고마움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인영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추도비 내용 중 일부 왜곡된 부분에 대해 정부가 발간한 진상보고서에 따라 내용을 정리해 안내판을 설치한 것"이라며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려는 것이지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제주시 산록도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했다.
제주4·3 당시 도민 강경 진압을 주도한 대표 인물로 거론되는 박진경 대령은 제주에 주둔하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도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을 지휘했다.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양민 학살 책임자로 비판받는 그에게 국가보훈부가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사실이 최근 전해지면서 제주 도민사회와 4·3희생자 유족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를 방문해 사과했고, 15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보훈부에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전해졌다. 국방부는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근거가 되는 무공훈장 서훈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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