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여전히 위험하다…호주 참사에 '가스라이팅 자생테러' 주의보

연합뉴스 2025-12-16 12:00:12

중동 미군살해 이어 '용의선'…IS 사상 심취한 '외로운 늑대'인 듯

IS '영토' 잃고 사막·인터넷 숨었지만 강력한 '테러 네트워크' 진화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호주 시드니 해변에서 최소 16명이 숨진 총격 테러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범인들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관련 가능성이 제기돼 세계 곳곳에서 잔혹한 테러를 자행해온 IS의 위협성에 다시 큰 관심이 쏠린다.

IS 이미지(CG)

15일(현지시간)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시드니 유명 해변인 본다이 비치에서 진행 중이던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장 인파를 겨눈 총격 테러를 자행한 범인은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로 이들은 부자 관계였다.

아버지 사지드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아들 나비드는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들의 차에서 IS 깃발과 IS에 대한 충성을 드러내는 상징물들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사건이 IS의 조직적인 작전에 따른 것이거나, 최소한 IS의 영향을 받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상황이다.

또한 테러범들이 유대인들을 겨냥해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 아들 나비드가 2019년 체포된 테러 모의범과 연관성을 이유로 호주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 등도 이런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IS와) 공모 증거는 없다"고 언급하는 등 호주 당국은 아직 이번 사건을 IS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시리아에서 IS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미군 등 미국인 3명이 숨진 사건이 벌어진 직후 호주 총격 테러 참사까지 터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IS 연계 테러에 관한 경계심이 부쩍 커지는 분위기다.

미 외교협회(CFR) 대테러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호프먼은 워싱턴포스트(WP)에 "IS가 영토를 더는 통제하지 못하지만 수천명의 구성원을 보유한 테러 조직이라는 원래의 DNA로 돌아갔다"며 "우리의 인식과 시야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IS가 자신들의 목표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S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벌어진 혼란을 틈타 세를 불려 전성기 시절인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칼리프국'(신정일치국) 건설을 선포할 정도로 세력을 넓혔던 조직이다.

호주 본다이 비치 총격 테러 희생차 추도하는 시민

하지만 미국 주도 국제 연합군의 공격에 2019년 3월 IS가 참칭한 '칼리프국'은 붕괴했고 이후 IS 잔존 세력은 시리아와 이라크 사막 지역을 비롯한 세계 외딴곳에 숨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영토'를 잃고 분산형 테러 네트워크 수준으로 전락했다고는 하지만 IS가 세계에 드리운 위협은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리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역에서는 사막과 정글 등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외딴곳을 기반으로 IS 잔존 세력이 은거하면서 끊임없이 테러와 각종 불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럽,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에서도 IS 대원 및 자발적 추종 세력의 크고 작은 테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록 공연장, 거리, 스포츠 경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폭탄 연쇄 테러로 130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

작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공연장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150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IS는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의 최신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IS는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역에 최소 15개 지부와 네트워크를 두둔 '글로벌 사업체'(global enterprise)로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 IS 조직원은 8천800∼1만3천100명으로 추산됐다.

현재 비교적 큰 세력을 형성하고 유럽 각국에서 대형 테러를 주도적으로 벌이는 IS 잔당 세력은 IS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다. 독일은 관내에 이들 ISIS-K 조직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사전 모의 과정에서 발각 가능성이 큰 대형 테러와는 달리 IS의 인터넷 선전전에 넘어간 '외로운 늑대'들이 자발적으로 민간인 등 '연성 표적'(soft target)을 공격하는 소규모 테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각국의 테러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호주 총격 테러범의 아버지인 사지드는 1998년 학생 비자로 호주에 입국해 호주 영주권을 가진 인물이었다. 아들 나비드는 2001년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 시민권자였다.

시리아에서 미군 공격 사건의 범인도 정규 시리아군으로 복무 중이었다.

올해 첫날인 1월 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벌어진 차량 돌진 테러의 범인은 IS에 영향을 받은 42세 퇴역 미군이었다. 이는 IS가 퍼트린 증오가 랜선을 타고 세계 곳곳에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테러 현장 주변의 시민들

최근 수년간 니스, 바르셀로나, 베를린, 뉴욕 등지에서 IS의 이름으로 자행된 차량 돌진 공격으로 숨진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WP는 "IS의 주된 위협은 민간인 사회 속에 숨어 있는 ISIS 연계 전투원들"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