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 간직한 문화유산 허물고 고급호텔 건립 추진…직권남용 혐의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유적지인 옛 참모본부 단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트럼프 일가의 고급 호텔을 짓는 방안과 관련해 세르비아 검찰이 문화부 장관 등 3명의 고위공무원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검찰은 15일(현지시간) 옛 참모본부 단지의 문화유산 지정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와 관련해 니콜라 셀라코비치 문화부 장관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셀라코비치 장관 등 3명은 직권 남용과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현대의 문화유적지인 '옛 군참모본부 단지'를 허물어 그 자리에 트럼프 일가의 고급 호텔을 세우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65년 지어진 군 참모본부 단지는 옛 유고슬라비아군의 총참모부 본부가 있던 곳으로 2006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본부 건물은 코소보 전쟁 당시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으로 심각하게 훼손됐고, 폭격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간직하면서 세르비아인들이 겪은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나토는 당시 세르비아계 군경이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규모로 학살하자 이를 인도주의적 위기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군사 개입을 단행했다.
이처럼 참혹한 전쟁과 학살의 상흔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고급 트럼프 호텔을 들여놓겠다는 계획에 야권을 중심으로 강한 반대 여론이 조성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판에 뛰어들기 전이던 2013년 처음 이런 구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엔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측의 관련 개발 계획을 세르비아 정부가 승인해줬다. 이 부지에 객실 175개를 가진 호텔과 1천500세대 주거단지를 들여놓겠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와 야권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지만, 세르비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자 옛 참모본부 단지의 문화유산 보호 지위를 박탈해주며 계획의 걸림돌을 없애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 문서들이 위조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세르비아 여당은 계획을 법안으로 만들어 의회에서 통과시키며 반격에 나서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yongla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