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판매하려면 여기서 생산…우리 일자리도 보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설명을 내놨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에 동석해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제3국으로부터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현지 당국에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이유를 밝혔다.
멕시코 경제 장관은 "생산망 내 국산 부품 비중을 15%까지 높여서 멕시코를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 게 정부 목표"라면서 '멕시코에서 판매하려면 멕시코에서 생산하라'는 게 기본 기조라고 강조했다.
셰인바움 정부는 멕시코 의회 의결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17개 전략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1천463개 품목을 선정해 5∼5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게 그 골자다.
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포함된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이날 대형 화면을 통해 한국, 러시아, 중국 등 FTA 미체결국 명단을 제시한 뒤 "이들 국가와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존재하며, 국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경쟁 관행을 시정해야 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관세 패키지를 통해 약 35만개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관세를 계기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는 글로벌 관세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논리 전개와 동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역내 경제 발전을 꾀하고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면서 대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엔 그러나 경제 구조와 규모 면에서 미국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인상은 미국에서 펼쳐놓은 통상 질서를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해석된다.
멕시코 정부 설명대로 자국 산업 보호가 아니라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로서 관세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기준 수출액 비중이 83%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이웃' 미국과의 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대(對)중국 관세를 높여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USMCA 관련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USMCA 탈퇴 협박'과 함께 멕시코 또는 캐나다와 양자 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이날 "관세는 지정학적 목적을 내포했거나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walde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