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끼리는 통한다…젠슨 황의 트럼프 공략 비결은

연합뉴스 2025-12-15 12:00:07

트럼프와 친분 없었지만 수출규제 풀기 위해 로비 진두지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트럼프 공략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재임 시절 친분을 쌓지 않았던 황 CEO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로비전을 성공으로 이끈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엔비디아가 2023년 말에 발표한 H1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H200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했다.

연방 의회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손을 들어줬다.

FT는 황 CEO가 직접 나선 트럼프 대통령 설득 작업이 H200 수출 허용 결정의 핵심 배경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승부사는 승부사를 알아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를 통제하는 방식이나, 황이 엔비디아를 운영하는 방식은 닮아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황 CEO에게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득 과정에서도 승부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직후에도 백악관 등 정치권에 접근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황 CEO는 적극적으로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일단 황 CEO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 투자 확대를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해 향후 4년간 5천억 달러(약 740조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황 CEO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 빈도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6차례 비공개로 만났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순방에도 동행했다.

이런 황 CEO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백악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황 CEO는 의회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엔비디아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엔비디아가 빠진 자리를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채우고 있다"며 AI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다만 워싱턴 정가의 반대 기류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안보 관련 일부 당국자들도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블랙웰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