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이민자에 강경 대응 천명…'극우주의자' 평가도
9자녀 둔 독실한 가톨릭 신자…'피노체트 재평가' 논란 야기 전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대권을 거머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공화당) 당선인은 칠레 현대 정치사에서 논쟁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칠레 공화당 홈페이지와 카스트 개인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후 칠레로 넘어와 사업가로 변신한 그의 부친은 미하엘 카스트 쉰들러(1924∼2014)로, 나치당원이자 육군 예비역 장교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에 대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나치의 강제 징집 피해자"라고 주장해 왔다.
TV칠레비시온과 일간 엘메르쿠리오 등 현지 언론은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뿌리를 형 미겔 카스트(1948∼1983)에게서 찾는다. 미겔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군부 독재 기간(1973∼1990년) 장관으로 일하며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적극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시카고 보이스'(미국 시카고 대학 출신) 핵심 멤버이기도 했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199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해 2002∼2018년에 '내리 4선' 하원 의원을 지냈다. 2017년과 2021년에는 대선에 거푸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3번의 도전 끝에 빛을 본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특히 '30대 신예 좌파 기수' 가브리엘 보리치(39) 대통령에게 패했던 직전 대선(2021년) 유세 과정에서 강경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각인했다.
당시 그는 낙태와 동성결혼 등 사회 이슈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는데, 예컨대 불법 이민자 문제의 경우 "국경에 도랑을 파서 물리적으로 차단할 것"이라는 경고로 주목받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경 장벽 정책과 비견되기도 했다.

실제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치적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또 "피노체트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뽑았을 것"이라는 등 주장을 하며 '피노체트 향수'를 가진 특정 세력의 강한 지지를 끌어낸 바 있다. 앞서 AP통신은 이번 칠레 대선을 조망하는 보도에서 "독재 시대 이후 가장 우익 성향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다만 올해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피노체트 옹호나 낙태·동성결혼에 대한 폐쇄적 태도 등 비판자들의 분노를 산 주제들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고 한다.
칠레 언론과 외신으로부터 '극우주의자'라고 평가받는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질서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4년간 좌파 정부하에서 불거진 치안 불안 문제" 해결을 위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의 초대형 교도소 건립이나 비상사태 선포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경기 침체에 대한 처방전으로는 규제 완화, 기업 법인세 인하, 노동법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추진 등을 약속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다둥이 아빠'로도 유명하다. 아내인 마리아 피아 아드리아솔라 변호사와의 사이에 9명의 자녀를 뒀다고 현지 언론들은 소개했다.
walde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