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시아 수출항 역할' 부각하지만 미국은 '턱밑'에 中교두보 꺼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돈을 대 건설한 태평양 연안의 페루 창카이항 개항을 두고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등 사실상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창카이항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자금 36억달러(약 4조8천500억원)를 받아 건설됐으나, 미국으로선 자국 '턱밑'에 중국 교두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페루 이외에 주변국인 에콰도르·칠레·콜롬비아·브라질 등이 창카이항을 통하면 파나마 운하로 돌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대(對) 아시아 수출로를 크게 단축한다는 경제적 이유를 부각하고 있다.
이들 5개국이 1천350억달러(약 182조원) 어치에 달하는 대아시아 상품 수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두·옥수수·석유·철광석 등의 남미 5개국 수출품과 중국산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이 오가면서 창카이항이 '남미의 상하이'가 될 것이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창카이항이 중국 통제에 들어가면 언제든 군사적 용도로도 전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로라 리처드슨 미 남부군 사령관은 지난 3월 14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창카이항이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그는 창카이항이 미국 이익의 레드라인인 "20야드 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지난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 당국자들이 창카이항을 둘러싼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창카이항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게 될 중국 국유기업인 코스코 쉬핑(COSCO Shipping·中國遠洋海運)의 전횡을 우려하는 기색이다. 경제적 필요에 따라 창카이항을 운영하겠다고 하면서도 중국군 교두보 기능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일대일로 자금을 투입해 스리랑카 함반타토항 건설을 지원한 뒤 스리랑카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자 항만 운영권을 넘겨받아 중국군의 인도양 전진기지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초 창카이항은 8년 전 페루 정부가 코스코쉬핑에 독점 운영권을 주는 조건으로 중국 자금 36억달러를 받아 건설됐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인 페루 국립항만청이 코스코쉬핑에 독점 운영권을 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페루 현지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감독 기관인 오시트란이 주장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창카이항 독점 운영권 취득에 차질이 생겼다.
페루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계약대로 코스코쉬핑에 독점 운영권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페루 내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이에 강력하게 반발한 코스코쉬핑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이 문제를 회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전투구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미국은 페루 내정이라는 점을 의식해 본격적인 개입을 꺼리면서도 주변국과 협력해 창카이항 개항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