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철강업계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AI 기반의 제어를 확대하고 있다. 고로(高爐)를 운영하면서 원료·연료의 운반이나 혼용, 전기로 운용 공정 등에 대한 AI 적용을 토대로 노하우를 축적하는 중이다.
친환경 수소환원제철(HylS)을 위한 AI 데이터 확보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과정에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를 쓰는 방식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수소를 이용하면 물(H2O)이 발생한다.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 모두 전환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신뢰성, 안전성 확보가 주된 관건이다.
‘원격자율점검 로봇’ 등장… 공정지능화 추진
포스코DX는 △인지(Vision Intelligence) △판단(Decision Intelligence) △제어(Control Intelligence) 등 3개 분야에 대한 AI 엔진 확대 적용을 최근 발표했다. 철강재를 운반하는 크레인에 인지 AI를 적용해 무인화 하는 한편, 고숙련 작업자들의 노하우를 딥러닝 함으로써 생산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원격자율점검 모바일로봇 기술’의 사전 검증을 마쳤다. 자율주행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경사로를 주행할 수 있는 모바일로봇이 작업자의 개입 없이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내 업무시스템에는 P-GPT(Private-GPT) 플랫폼을 도입했다. 회사 인트라넷에서 챗GPT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경영이념 또는 공정거래 관련 정보 공유 및 보안 등에 활용 중이다.
후판 공장엔 ‘강력교정 자동화 모델 재학습 기술’을 도입했다. AI 재학습을 활용해 철강제품의 형상 불량을 스스로 교정하는 시스템이며 후속 교정 작업의 완성도를 높인다.
현대제철은 현장점검에 4족 보행로봇(SPOT)을 활용한다. 사진=현대제철 제공현대제철은 제강 및 압연 등 전체 생산 공정에 지능형 계측기를 적용할 예정이다. 데이터 측정과 진단, 고장 예지 등이 가능한 방식으로 현재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있다. 품질 저하 예방과 유지보수 효율 증진의 효과를 기대한다.
4족 보행로봇(SPOT)을 통해선 사고 대응력을 높인다. 산소가스 밸브 개폐 점검 등에 SPOT을 투입해 화재, 폭발 등 예방에 정밀성을 더하고 작업자 안전을 도모한다. 현대제철은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를 목표로 설정했다. 디지털 의사결정 모델을 통해 사업 시나리오별 데이터를 해석하고 공정 및 작업 관련 이상 상황을 감지해 실시간 조치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산하 조직에선 AI, 빅데이터 관련 임직원 교육을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설비자동화에 이어 공정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계 장치에 공정 데이터를 융합하는 단계로 자체적인 자동화 시스템이 반영된다. 시스템 내재화를 통해 △인천 △당진 △부산의 생산 시설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할 방침이다.
인천공장엔 철근에 철사로 제품정보를 묶는 절차를 대체한 오토태그머신, 당진공장엔 표면 결함 판정 시스템(후판 육안 감정 자동화)을 적용하고 부산공장엔 스마트물류 시스템(코일 자동포장 및 운송)을 도입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H-LINE해운의 18만톤급 LNG 추진 벌크선에 AI기반 기관자동화솔루션을 탑재했다. 사진=HD현대 제공스마트 쉽야드 시대 성큼… 생산·설계 곳곳에 AI 접목
‘디지털 조선소’, ‘미래첨단조선소(FOS)’ 등은 조선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각사들은 2030년까지 선박 건조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룬다는 공통된 목표로 AI 도입에 나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까지 FOS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1단계에서 구축 완료한 데이터 플랫폼으로부터 선박 건조에 필요한 빅데이터가 전송되면 이를 AI가 학습해 △인력 △자재 △제품 △설비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계다. 오는 2030년에 이르러선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3단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8월 AI 기관사를 탑재한 LNG 추진 벌크선을 인도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9월엔 ‘뉴보트 도크’를 공식 출시하며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장의 진출을 알렸다.
한화오션은 드론과 AI기술을 활용한 선박 흘수(선박이 잠기는 깊이) 계측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드론으로 흘수 촬영을 진행하면서 AI를 통해 선박의 무게와 뒤틀림 등을 계측한다. 기존 3~4명이 필요하던 작업을 1명이 대신할 수 있게 됐으며 계측 시간도 2시간에서 30분 이하로 크게 줄었다.
AI 열간가공 로봇을 최초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최대 7cm 두께의 두꺼운 철판을 곡면으로 가공할 수 있는 로봇이 일정한 품질의 생산을 돕는다.
삼성중공업은 AI의 영상, 이미지, 음성인식과 예측 기능을 활용해 생산·설계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딥러닝을 통한 촬영 방식으로 용접부의 결함 여부를 판정하고 있으며, 철판 연마에 대한 상태 이미지를 학습해 연마 횟수를 판독하는 딥러닝 모델도 개발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설계 챗봇. 사진=삼성중공업 제공선종별 안벽 배치기간 파악 및 관련 시뮬레이션 과정에도 AI가 역할을 하고 있다. 설계 시 최적의 선형을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3차원 선형을 딥러닝으로 학습한 AI를 선형설계에 적용 중이다. 또 사내 시스템에 저장된 설계 정보 등 노하우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때 챗봇을 이용하기도 한다.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전선업계 ‘활짝’
AI 기반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기 수요를 촉발하며 전선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다음 부족은 전기가 될 것이고 내년엔 모든 칩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자 국내 전선 관련주가 들썩이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6년까지 연간 3.4%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 등이 수요 확대의 배경이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 전경. 사진=LS전선 제공LS전선은 아시아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회사이자 베트남 1위 전력케이블 제조사인 LS에코에너지는 △초고압용 △중·저압용 △버스덕트(Busduct) 등 케이블과 관련 제품을 생산 중이다. 성장 잠재성에 비해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에선 전선의 지중화 사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현지 정책에 맞춰 도심 전선의 지중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의 AI 성장세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에코에너지는 송전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초전도 케이블’의 상용화도 베트남에서 진행 중이다.
대한전선은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5년간 자국 내 송전망 16만km에 대한 개선(upgrade)을 발표한 가운데 주요 케이블 공급자로서 입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5월초 열린 미국 최대 규모 송·배전 전시회 IEEE PES T&D에선 매설된 관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노후 케이블을 교체하는 ‘노후 전력망 교체 솔루션’으로 현지 전력청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한전선은 1분기 미국에서만 약 2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미국 진출 후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 2022년 연간 누적 수주액(약 4000억원)의 절반을 3개월만에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