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가다] ⑤ 보츠와나-잠비아 잇는 'K건설 이정표' 카중굴라 대교

연합뉴스 2024-05-16 10:00:39

대우건설, 中·日 제치고 4년전 준공…두산중공업, 화력발전소 성능 개선

교민들, 컨설팅·신차 판매·건설 등 여러 분야서 활약

[※ 편집자 주 = 우리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6월 4∼5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해 다양한 경제교류 협력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로 뛰고 있는 한상(韓商) 등을 만나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보고자 합니다.]

보츠와나-잠비아 국경 잇는 카중굴라 대교 개통 3주년

(카중굴라·팔라피·가보로네[보츠와나]=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보츠와나와 잠비아 국경 지역의 잠베지강을 가로지르는 카중굴라 대교는 남부 아프리카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이자 'K건설'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길이 923m의 이 다리는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40년 숙원 사업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항에서 시작해 중남부 등 내륙으로 물류가 이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다리가 없을 때는 '폰툰'이라는 작은 바지선에 실린 트럭이 두 나라의 선착장을 분주하게 오갔다. 병목 현상으로 통관에 최대 2주일까지 걸렸지만, 다리가 개통되면서 2시간이면 통관이 마무리된다.

다리 개통 3주년을 맞아 13일(현지시간) 찾은 국경 지역. 보츠와나에서 잠비아로 이동하려는 대형 트럭 40여대가 약 1km 정도 줄지어 서 있었고, 차량 대부분이 남아공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보츠와나서 잠비아로 이동하는 대형 트럭들

통관 절차를 살피던 보츠와나 경찰은 "이 정도면 통관 절차를 밟는 데 1시간이 안 걸린다"며 "카중굴라 다리가 보츠와나와 잠비아는 물론 남부 아프리카의 물류 운송 방식을 크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다리 개통 당시 상황을 잘 안다는 보츠와나 주민 에비아스 엔드로부(62)는 "보츠와나 사람들에게 이 다리는 '카중굴라의 기적'으로 통한다"며 "과거에는 선착장이 늘 붐볐다"고 말했다.

보츠와나에서 잠비아 방향으로 다리 중간 정도를 걷던 중 만난 한 잠비아인은 "이 지점에서 잠비아, 보츠와나,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4개 나라 국경이 만난다"고 전했다.

한국 회사가 만든 것을 아느냐고 묻자 "대우건설"이라며 다리 입구의 표식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우건설은 2014년 중국 및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 시공 경험을 내세워 1억6천200만 달러 규모의 사업권을 따냈고, 그해 12월 5일 착공했다. 이후 2020년 9월 5일 준공했고, 2021년 5월 10일 다리가 개통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보츠와나-잠비아 국경의 카중굴라 대교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에서 북동쪽으로 260km 지점에 있는 팔라피의 '모루풀레 A' 화력발전소에서는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었다.

14일 발전소를 방문했을 때 한창 전력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안전사고 없는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로 함'(Zero Harm) 문구가 방문객을 맞았고, 리스크와 안전, 건강과 환경 등 발전소 측이 강조하는 4가지 요소가 눈에 띄었다.

총 발전규모 132MW에 4기로 구성된 발전소는 1986년 가동을 시작한 노후 발전소다. 2012년부터 가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두산중공업은 2015년 보츠와나 전력청(BPC)이 발주한 2억400만 달러 규모의 성능 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전소 터빈, 보일러 등 주요 기자재 교체와 보수를 포함한 성능 개선 작업을 수행했고, 그 덕분에 보츠와나는 남아공에 의존하던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됐다.

지미 케틀라바네츠웨(65) 전 BPC 현장소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중공업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한국 직원들의 열정과 한국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에 감탄했다"며 "덕분에 발전소가 잘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성능 개선 공사를 수주한 '모루풀레 A' 화력발전소

보츠와나 재외동포들은 이처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양국 간 교류 협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가보로네 등에 거주하는 교민은 현재 70여명이다.

1987년 보츠와나에 이민해 자동차 정비 사업을 하다가 컨설팅 분야로 방향을 바꾼 김채수(63) 가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이 보츠와나에 도입되도록 하는 등 기술 이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김 대표의 아내 양인숙(56) 씨도 사업 초기부터 공동대표로 참여해왔다. 남편이 현지 인맥을 바탕으로 정부 관계자 미팅 등 대외활동을 위주로 하고, 양 대표는 회계 및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5일 연합뉴스와 만나 "보츠와나에 전자정부 운영 방향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한국 및 현지 기업이 참여하는 합작투자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국수자원공사가 단독 입찰한 보츠와나 통합물관리시스템 구축 사업도 컨설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가보로네지회장으로 현지 한인 사업가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아프리카·중동한상연합회장, 보츠와나한인회장, 보츠와나 영사협력원 등을 지내며 교민사회를 위해서도 적극 봉사해왔다.

정부 사업 중심의 건설사 '오시 앤 손스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는 김장수 보츠와나한인회장, 30여년간 신차 수입 및 타이어 판매를 하는 김주현 기아모터스 및 타이어월드 사장, 현지인을 대상으로 가발을 판매하는 김정휘 에보니 대표, 정부와 군에 타이어와 복사기 등을 납품하는 조성용 코스모스 티레 테크 대표, 보츠와나한인회장 출신으로 태권도 및 유도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정선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츠와나분회장 등도 각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보츠와나서 정부 상대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는 김채수 가족인베스트먼트 대표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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