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점령지 넓히던 이스라엘군에 곳곳서 기습공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 군이 전쟁 초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파죽지세로 점령하는 듯했으나 점점 무장정파 하마스의 땅굴 게릴라 전술에 일격을 당하면서 '끝모를 전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개월 전 속절없이 밀리는 듯했던 하마스가 총연장 5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땅굴 망에 의지해 이스라엘의 공세를 버텨내면서 장기전(Forever War)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곳곳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며 반격에 나서는 양상도 포착된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전투 중인 이스라엘군 제98 특공대대 출신의 한 예비군은 소규모 병력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접근한 뒤 대전차 로켓을 쏘고 달아나는 식의 공격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를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상당한 전략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과 하마스 잔존세력이 뒤섞여 있는 라파를 '하마스 최후의 보루'로 규정한 채 탱크와 병력을 동원, 압박 수위를 높여왔는데, 엉뚱하게도 이미 하마스의 뿌리를 뽑았다던 북부 등지에서 하마스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 전·현직 당국자와 미국 정보기관들은 현 상황이 네타냐후 총리가 주장하는 '완전한 승리'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라파에 대한 전면 공격을 하든 말든 하마스는 살아남아 가자지구 여타 지역에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하마스는 라파 공격을 놓고 이스라엘을 도발하며 장기전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을 촉발한 가자지구내 하마스 최고위 인사 야히야 신와르는 휴전 중재국들에 '라파에서 전투를 벌일 준비가 됐고, 하마스를 해체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의 믿음은 순진한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최근 두바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라파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그곳에서 작전을 끝내겠다고 말해왔다"면서 "누가 막고 있느냐? 어서 공격하고 일을 끝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와르는 때때로 휴전 협상이 중요한 시점에 도달한 순간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몇년까진 아니어도 몇달은 계속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길 원해왔다"고 아랍권 국가 출신의 한 협상가는 말했다.
정치·행정조직이자 군사조직인 동시에 사회운동의 성격까지 지닌 하마스를 무력만으로 제거한다는건 당초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대안세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병력을 밀어넣은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미국 등은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패해 요르단강 서안으로 밀려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전후계획의 중심으로 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부한 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을 통제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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