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이름 딴 경기장·지한파’ 전설을 축협이 거절하나 [초점]

스포츠한국 2024-05-06 13:11:28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튀트키예의 48년만에 월드컵 진출에서 곧바로 4강 진출.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을 쓰는 팀. K리그 FC서울을 지도한 지한파. 무엇보다 ‘마지막 축구인생을 한국에서 마무리 짓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까지.

셰놀 귀네슈(71‧튀르키예)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원하고 있다.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타후보에 비해 많은 나이로 인해 조명이 덜 되고 있는 것도 사실. 

언급되는 여타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성과, 전설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는 귀네슈 감독을 대한축구협회가 거절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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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현재 유럽에서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군 면접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이프치히와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을 지낸 제시 마치 등 여러 후보군이 언급되고 있고 그중 귀네슈의 이름은 빼놓을 수 없다.

▶귀네슈의 튀르키예 월드컵 4강, 한국보다 더 대단하다

귀네슈하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 튀르키예를 월드컵 4강, 3위로 이끈 것이 최대 업적이다. 이 업적은 사실 한국의 월드컵 4강 이상으로 대단한 성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2 한일월드컵 이전에 튀르키예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것은 1954 스위스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48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를 한국과 일본이라는 생경한 환경에서 월드컵 3위로 이끈 것이다.

심지어 이후 튀르키예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튀르키에 축구 역사에서 딱 두 번 있었던 월드컵 본선 진출 중 48년만에 나가 월드컵 4강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세운 것이다.

클럽 감독과 국가대표 감독은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이미 국가대표팀을 지도해봤고 월드컵을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던 나라를 이끌고 월드컵 4강이라는 전설적인 업적을 이뤄봤다는 것만으로 귀네슈가 가질 가산점은 넉넉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이기고 3위를 확정한 후 터키 선수단에게 헹가래를 받는 귀네슈 감독.ⓒAFPBBNews = News1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이기고 3위를 확정한 후 터키 선수단에게 헹가래를 받는 귀네슈 감독.ⓒAFPBBNews = News1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홈구장 이름은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

이을용, 석현준 등이 활약했고 튀르키예 1부리그에서 7번의 우승을 차지한 트라브존스포르. 이 구단 홈구장의 이름은 무려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이다.

축구에서 한 인물의 이름을 따 홈구장 이름으로 명명한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깊다. 레알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SSC 나폴리의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 인터 밀란의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 등 홈경기장에 인물의 이름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구단에서 전설적인 업적을 세워야만 가능한 일이다.

귀네슈 감독은 선수로써 트라브존스포르에서 무려 453경기나 출전하며 15년간 리그 우승을 무려 6번이나 경험했다. 트라브존스포르가 총 7회 우승했으니 귀네슈의 선수시절에 6번을 우승했던 것이다. 선수로써 업적도 대단한데 감독으로도 무려 3번이나 지휘봉을 잡았고 컵대회 우승 등을 차지하며 선수와 감독으로 트라브존스포르에 영광을 안겼다.

그러자 트라브존스포르는 2016년 12월 새구장을 지으며 홈구장 이름을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으로 명명하며 귀네슈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대단한 인물인지 기념했다.

이렇게 한 구단에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것만으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축구 인생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트라브존스포르의 홈구장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 트라브존스포르의 홈구장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

▶FC서울 지도한 지한파-한국 대표팀에 대한 열망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는 다르게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는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에 후보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귀네슈 감독은 언급되는 어떤 후보들보다도 ‘지한파’다. 외인 감독 후보들 중 유일하게 K리그 지휘 경험이 있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된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시즌이나 FC서울을 지도했고 당시 김병지, 이을용 등 베테랑은 물론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등 유망주들을 한데 모아 정규리그 1위 등의 성과를 낸 바 있다. 무려 3시즌이나 한국에 있어봤고 한국 선수들을 지도해봤다는건 굉장한 장점.

게다가 귀네슈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에 대한 의지가 상당하다. 한 인터뷰에서 귀네슈 감독은 “내 마지막 지도자 인생을 한국 대표팀에 걸고 싶다”며 열망을 드러냈다. 귀네슈는 자신의 길었던 축구인생 마침표를 한국에서 찍고 싶어한다.

FC서울 감독을 지냈던 귀네슈. ⓒ스포츠코리아 FC서울 감독을 지냈던 귀네슈. ⓒ스포츠코리아

전임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또한 팀 분위기를 방임으로 풀어놓아 손흥민-이강인 사태 등 초유의 사건을 겪게 했다. 귀네슈 감독의 업적은 단순히 트라브존스포르에 그치지 않고 터키 최고 명문인 베식타스, 터키 축구 대표팀 감독 등에도 이어진다. 터키 축구는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있고 큰 리그. 그곳에서 엄격한 선수 관리와 자신만의 축구 색깔로 인정받아 왔다.

이런 감독이 즐거웠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잊지 못하고 축구 인생 마무리를 한국 축구에 매진하려한다. 물론 6월이면 72세가 되는 나이는 걸림돌이다. 하지만 6개월여전만 해도 터키 명문인 베식타스 감독을 지냈을 정도로 여전히 왕성한 열정이 있다.

'나이'보다 중요한건 '열정과 능력'이다. 나이라는 걸림돌 하나 때문에 타후보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경력과 열정을 보여주는 귀네슈 감독을 대한축구협회는 외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