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5기] 한러관계 숨쉴 공간 있을까…북러협력 심화 우려

연합뉴스 2024-05-06 12:00:37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구도 여전할듯…한러, 관리 필요성은 공유

대형 전광판에 나타난 푸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통해 집권 5기에 들어서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협력 등으로 흔들리는 한러관계에 반전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득표율 87.28%'로 확인된 러시아 국민의 견고한 지지 속에 기존의 대외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고집으로 무산된 데서 보듯 북핵문제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래 점차 개선돼 왔던 한러관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이 서방의 대러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며 반발했다. 특히 북러가 불법적 군사협력에 나서자 한국은 대러 독자제재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국 갈등은 지난 3월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되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이 취소되는 등 정치·군사적인 수준을 넘어 사회·문화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러관계는 북중러 밀착 심화의 흐름과 맞물려 앞으로도 반전의 기회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 구도 속에 한러관계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결속을 재차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곧바로 북한 방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응했으며,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과정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이 심화한다면 한국으로선 미국·일본 등 우방과 협력해 대러·대북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죌 수밖에 없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반대급부로 식량·에너지는 물론 위성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미국·유럽산 부품을 불법 조달하고 미사일을 만들어 최전선의 러시아군에 보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김정은

나아가 러시아가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한러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체적인 '핵우산'을 보유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러시아가 북핵에 있어 더는 선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러관계에서 최소한의 상황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진다면 한러관계에 악재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러시아가 북핵 관련 어디까지 입장 변화를 가져갈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관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안드레이 루텐코 외무차관이 지난 2월 방한해 소통에 나서는 등 한국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여지가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쪽'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대립하는 러시아로서는 '동쪽'의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를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우리 외교는 대러관계에 있어 안팎의 무수한 도전 속에 실낱같은 대화의 끈을 부여잡아야만 상황이 됐다.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도 우리도 서로가 지역의 평화·안정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더 건설적 입장을 취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지지 서명 참여하는 시민들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