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자, 가자, 건너가자·기도·모정불심

연합뉴스 2024-05-06 00:00:29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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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가자, 가자, 건너가자 = 월호 지음.

'아바타 명상'이라는 개념을 고안한 월호스님이 현대인을 위해 스트레스와 울분에 대처하는 지혜를 소개한다.

책은 역할수행게임(RPG)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 공간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처럼 중생이 직면하는 희로애락 역시 직접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가 겪는 일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에서 조언한다.

아바타는 가상 현실 속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캐릭터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강림한 분신(分身)·화신(化身)을 의미하는 범어(산스크리트어)의 '아바타라'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일상의 체험이 가상 현실에서 아바타가 마주하는 상황과 마찬가지라는 관념, 즉 '몸과 마음은 아바타'라는 견해는 이른바 '과거칠불'(過去七佛)의 말씀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예를 들면 구류손 부처님은 게송에서 "이 몸이 실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부처님의 견해이며 / 이 마음이 아바타(幻)라고 깨닫는 것이 부처님의 깨달음이다 / 몸도 마음도 그 본성이 텅 비었음을 깨달으면 / 이 사람이 부처님과 무엇이 다르랴"라고 얘기했다.

민족사.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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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 수경 지음.

불교환경운동에 헌신해 온 수경스님이 수행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환경문제와 기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사미계를 받은 직후인 1960년대 후반 충남 각지를 돌며 조계종 종법으로는 이미 금지된 탁발을 하던 시절의 경험이나 본래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야 할 염불과 수행을 차원이 다른 행위로 보는 시각에 위화감을 느꼈던 일을 털어놓는다.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나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를 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수경스님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지론도 펼친다.

그는 "인간의 기술이 현재의 환경 위기를 완벽히 극복할 수준으로 발달한다 해도 자연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통제 밖에 있다"며 "겸손이라는 말도 자연 앞에서는 오만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참회하는 것이 먼저"라고 당부한다.

엘도브.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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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정불심 = 박원자 지음.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스님, 젊은 포교의 터전인 '홍대선원'을 운영하는 준한스님, 김인숙 전 불교여성개발원장 등 불자 28명이 들려주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출가 결심을 밝힌 준한스님은 어머니가 눈물을 쏟자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모친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인다.

"너한테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거였는데, 출가를 하겠다니 내 소원이 이뤄졌구나. 이제 빚은 다 갚았다. 잘 가거라."

조계종출판사.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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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 능행 지음.

30여년간 말기 암 환자들을 보살펴 온 능행스님이 자신이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충북 청주시에 호스피스 돌봄센터를 건립하려고 했으나 주민 반대에 직면하던 시절 말기 폐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한 스님이 입적 전에 불교 호스피스 전문 병원을 만들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한 일도 소개한다.

능행스님은 이 일을 계기로 불교계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인 정토마을을 세웠고 이후 울산 울주군에 불교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병원을 설립했다.

여러 사람의 임종을 지켜본 스님은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떠날 때는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평범한 이치를 이렇게 전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필요한 건 하나를 버림으로써 하나를 얻고,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아는 것이다. 물질의 욕망에 사로잡혀 헛된 욕망만 좇는 삶은 부박하다. 물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진정 삶과 죽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소유가 소유다."

김영사. 292쪽.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