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관 "韓, 통일 목표 잃지 않아야 기회 왔을 때 실현"(종합)

연합뉴스 2024-05-06 00:00:17

방한 슈나이더 정무차관 "北청소년들에게 '자유' 말해주고파"

독 "주북 대사관시설·생활여건 답사…재가동은 미정"

납북자 상징 물망초 배지 단 채 질문에 답변하는 슈나이더 독일 정무차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제13차 한독통일자문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동독특임관 겸임)은 3일 "한국은 북한 주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통일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고 유지해야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후 양국 취재진과 한 약식인터뷰에서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을 것인지, 정치인들이 그 기회를 잡으려고 결심하는지가 통일이 달성될지 결정한다"면서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자신의 분단 경험을 바탕으로 동독 주민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 통일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동독에 살았던 10대 때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주변 공산권 주민들이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고 느꼈다"며 "북한의 청소년들에게도 마법의 단어인 '자유'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분단 독일은 남북한과 달리 서신 교환과 왕래가 가능했지만 제한적이었고 감시도 있었다면서 '진정한 자유'를 위한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통일보다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는 2국가론이 한반도에서 현실적이라는 일각의 견해에 관해 슈나이더 차관은 "동독은 처음으로 자유롭게 선출된 의회가 투표로 통일을 결정했다"며 "2국가 체계 공존을 택할지는 남과 북이 자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통일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동서독 통일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공"이라고 역설했다.

북한이 작년 말 동족과 통일을 부정하고 '2국가론'을 주장하는 데 대해 슈나이더 차관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력한 (노선 전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그것이 북한 내부문제를 잠재우려는 행동인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슈나이더 차관을 접견한 김 장관은 독일 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참고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독일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슈나이더 차관은 이에 우리의 자유통일 비전에 공감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양국 간 연대를 강조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김 장관과 슈나이더 차관은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협력하는 데 뜻을 모았다.

슈나이더 차관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상징하는 세 송이 물망초 배지를 달고 통일부를 찾았다. 앞서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한독통일자문회의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한편 슈나이더 차관과 동행한 게오르크 빌프리드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는 주북 독일대사관 재가동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 만난 김영호 장관

앞서 독일은 지난 2월 평양 주재 대사관 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 북한에 답사단을 파견했다.

슈미트 대사는 "(답사단은) 대사관 부지와 건물 내 상태를 기술적 측면에서 진단하고, 대사관을 재가동할 경우에 대비해 외교관 출입국 규정, 의료 등 생활 여건이 어떤지 둘러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가동 시점이나 규모뿐만 아니라 재개 여부 자체도 독일 정부가 북한과 양자 협의를 거쳐 결정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약식 인터뷰 참석하는 슈나이더 독일 정무차관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