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미래, 남북 자유로운 왕래 가능한 2국가 검토해야"

연합뉴스 2024-05-05 00:00:34

정대진 한라대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학술회의서 발표

개풍군 일대 살피는 시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새로운 통일담론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3일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개최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창립 18주년 기념학술회의 '넘어야 할 벽, 이루어야 할 꿈: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전과 통일 전략의 비전'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자주·평화·민주 원칙에 따라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로 통일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갈수록 남한 사회 내부에서 통일에 대한 지지도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2023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전혀' 또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의 비중은 29.8%로, 2007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통일 가능 시기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이 응답자의 33.3%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북한도 남한과 별개의 길을 가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발언했다. 또 올해 1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정 교수는 이처럼 남북한이 사실상 '두 국가'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민족 중심의 단일국가를 만들자는 구상은 미래지향적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핵으로 인해 남북한 당사자끼리만 해결할 수 없는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측면을 고려해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교수가 검토해볼 만한 미래상으로 제시한 모델 가운데 하나는 '연결국가 네트워크'다.

이는 남북이 2국가로 남는다 하더라도 개인이 양쪽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사실상 통일된 상황을 향유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1국가 2체제 또는 단일국가 통일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거나 그렇다고 지금 같은 2국가의 분단 질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 개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형태다.

정 교수는 "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이 단일국가 통일을 흡수나 붕괴로 간주하고 아예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면 다양한 통일국가 형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접촉점과 동력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거창한 제안을 하기보다, 현행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해석 개정을 통해 통일국가 목표의 다양성을 열어두는 방식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2.0' 제안 등으로 통일 논의를 이어 나가는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clap@yna.co.kr